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강봉균식 양적완화' 공방] 표적 정해놓고 돈 풀자는 것…미·일·EU 무차별 양적완화와 달라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슈탐구

    구조조정 위한 제한적 돈풀기를 양적완화로 '포장'
    "한은도 역할 확대해야" vs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한국형 양적 완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여당은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슈는 4·13 총선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양적 완화 논쟁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양적 완화라는 제목에만 신경 쓴 나머지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직 관료 출신인 한 대학교수는 “강봉균 위원장은 달(기업 및 가계 구조조정)을 가리키려 했는데 시장에선 손가락(양적 완화)에만 관심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강봉균식 양적완화' 공방] 표적 정해놓고 돈 풀자는 것…미·일·EU 무차별 양적완화와 달라
    ◆양적 완화는 ‘무차별 돈풀기’

    양적 완화(QE)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으로 정의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양적 완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5년 전 일본에서다. 2001~2006년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했다.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원래는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 중앙은행은 단기금리인 정책금리를 끌어내린다. 그러면 장기금리도 동반 하락한다. 돈을 빌리기 쉬운 여건이 되니 소비가 늘고 투자가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인 통화정책의 경로다. 문제는 당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수단이 사라진 일본은행은 고심 끝에 채권을 직접 사서 돈을 풀기로 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벤 버냉키 Fed 의장 또한 이 같은 국채 매입 전략을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추가 양적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양적 완화로 볼 수 없다”

    ‘강봉균 안’은 일반적인 양적 완화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미국 유럽 일본의 중앙은행은 모두가 참여하는 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채권을 사들인다. 그래야 시장금리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강봉균 안은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직접 매입하는 식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라는 분명한 ‘타깃’이 정해져 있다.

    더구나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5%로 아직도 인하 여지가 있다. 제로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 탓에 다른 방도가 없는 일본 유럽 등과는 다르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강봉균 안은 이런 점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라기보다 ‘표적’을 정해놓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제한적인 돈풀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 한은은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 채권과 예보채를 사들인 적이 있다.

    ◆실효성 놓고 의견 분분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한국 경제의 최대 당면 과제다. 이런 정책 목표에 한은이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에 대해선 “맞다”는 의견이 많다. 재정 당국 입장에선 특히 그렇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 팽창을 통한 경기 부양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결국 통화당국이 역할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에서 강봉균 안은 큰 그림에서 틀린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한은의 발권력을 무리하게 동원하면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강봉균 안을 실행하려면 한은법을 바꿔 산은 채권 등을 정부보증채로 추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한은은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이 크다.

    논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뿐 아니라 세계 중앙은행의 역할이 고민에 휩싸인 시기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에 한계가 드러나면서다. 김진일 교수는 “이제는 껍질이 아니라 내실을 논의할 때”라며 “한은을 통한 구조조정을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채권 매입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 필요하다면 국민 설득에도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유미/김주완 기자 warmfront@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하루 사이 주가 '73%' 폭락…'로봇청소기' 대명사가 어쩌다

      2000년대 초반 룸바 모델로 로봇청소기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미국의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이 파산 신청을 했다. 경영권은 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해왔던 중국 업체에 넘기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로봇청소기 업체인 아이로봇은 하루전인 14일 델라웨어주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신청을 하고 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해온 중국의 피세아 로보틱스와 그 자회사에 인수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파산신청이 알려진 후 아이로봇(티커:IRBT) 주가는 15일 미국증시 개장전 거래에서 73% 폭락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1990년에 설립한 이 회사의 보통주는 파산법 11조에 따른 회생 계획에 의거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면서 소멸될 예정이다. 아이로봇이 2002년에 출시한 룸바는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로봇청소기의 대명사로 불리웠다. 2024년에 약 6억 8200만 달러(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중국 경쟁업체들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아이로봇은 미국과 일본 같은 주요 시장에서는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유치하고 있지만 경쟁 심화로 가격을 인하하고 기술 업그레이드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2022년 아마존닷컴이 14억달러(약 2조원)인수 제안을 했으나 EU 경쟁 당국과의 갈등으로 인수가 무산됐다. 아이로봇은 거래 무산으로 9천만 달러 이상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중 일부는 자문 수수료로 지급하고 칼라일 그룹에서 받은 2억달러 대출금의 일부 상환에 사용됐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또한 회사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미국 시장용 진공청소기를 생산하는 베트남산 수입품에 부과된 46%의 관세 영향으로 올해

    2. 2

      日, 기업신뢰도 4년만 최고…"일본은행 금리인상 가능성 94%"

      일본의 기업 신뢰도가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내년에도 높은 임금 인상률이 예상되면서 이번 주 일본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확고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은 이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들의 2026 회계연도 임금 인상률이 올 2025 회계연도와 비슷한 높은 수준으로 예상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임금 상승을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해 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초 “임금인상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주 회의에서 적절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금 보고서는 일본은행이 이 날 오전에 발표한 분기별 기업경기조사(단칸)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단칸 조사에서는 일본 최대 제조업체들의 경기심리도가 3분기 연속 개선되면서 12월에 +15를 기록했다. 이는 9월 분기의 +14보다 높아진 것으로 시장 평균 전망치와 일치했다. +15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주요 비제조업체들의 경기 심리를 측정하는 지수도 12월에 +34로 전 분기에 이어 199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준으로 집계됐다.대기업들은 4분기에 판매 가격이 상승했으며 향후 3개월 동안에도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견고한 수요로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됐다. 고용 여건을 측정하는 지표에 따르면 기업들은 일본이 자산 거품을 경험했던 1991년 이후 가장 고용 시장이 경색된 상태로 평가했다. 이는 고령화로 노동 가능인구가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력 부

    3. 3

      EU,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완화 추진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203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조치를 철회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와 미국 자동차 업체에 비해 전기화에서 뒤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거센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는 EU 집행위원회가 현지 시간으로 16일에 이 같은 철회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세부 사항을 조율중인 이 조치는 실질적인 금지 조치를 5년 뒤로 미루거나 무기한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고 관계자 및 업계 소식통이 전했다.이 법을 완화해 5년뒤로 미루거나 무기한 완화할 경우 지난 5년간 EU의 친환경 정책에서 가장 크게 후퇴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신 기업 차량, 특히 유럽 신차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회사 차량 부문에서 전기차 비중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소형 전기차에 대해 더 낮은 세금을 적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크레딧을 제공하는 새로운 범주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EU는 지난 2023년 27개 회원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와 밴을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로 의무화하도록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 또는 연료 전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은 저가형 중국 경쟁업체와의 경쟁속에서 2035년부터 시행되는 내연기관 신차 금지 조치의 완화를 요구해왔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나 BYD 등 중국 전기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