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외형(매출)은 쪼그라들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결산 상장사 2015년 실적] 이익 늘었지만 매출 줄어 '불안한' 불황형 흑자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는 31일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9개사 가운데 전년과 비교 가능한 516개사의 실적을 집계해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총 1639조2722억원으로 전년보다 50조9544억원(3.01%) 줄었다. 영업이익은 102조2077억원으로 전년보다 12조7249억원(14.22%) 증가했다. 순이익도 61조7106억원에서 63조5918억원으로 3.0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해 매출은 감소하고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업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23%로 전년(5.29%)보다 0.94%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3.88%로 0.23%포인트 올라갔다. 기업들이 1만원짜리 상품을 팔아 623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최종적으로 388원을 이윤으로 남겼다는 뜻이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익성 개선세는 더 뚜렷했다. 12월 결산법인 매출의 12.24%를 점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7.59%, 16.22%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55% 증가했지만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69%, 18.53% 감소했다.

금융업에서는 증권업종의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증권업은 영업이익 2조2169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704억원(134.2%) 증가했다. 순이익도 6918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160.2% 급증했다. 반면 은행은 영업이익이 3.9% 감소했고 순이익도 3.8% 줄었다. 보험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7%, 8.3% 늘었다.

매출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를 포함해 포스코(-10.61%), LG전자(-4.29%), SK이노베이션(-26.58%) 등 10곳의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에는 현대자동차(-15.79%), 현대모비스(-6.58%), 기아자동차(-8.48%) 등 대표적 수출기업을 비롯해 포스코(-25.00%), SK텔레콤(-6.42%) 등 7곳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업종별로는 의약품(13.72%)과 의료정밀(6.92%), 섬유의복(6.50%) 등 9개 업종 매출이 증가했고 화학(-14.76%), 철강금속(-13.16%) 등 8개 업종 매출은 감소했다. 통신업종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617.42% 폭증했고 전기가스(644.22%), 의료정밀(273.34%), 철강금속(187.86%), 의약품(125.36%), 화학(67.01%), 음식료(29.91%), 섬유의복(6.85%) 등의 흑자 폭이 커졌다. 운수창고업은 적자전환했고 운수장비(-43.63%), 유통(-35.69%), 서비스(-27.03%) 등 8개 업종은 순이익이 줄거나 순손실이 늘어났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매출이 줄고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저성장기에 나타나는 불황형 경영의 결과”라며 “올해도 수출 역성장과 내수 부진 등이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12월 결산 상장사 2015년 실적] 이익 늘었지만 매출 줄어 '불안한'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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