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LCC 덩치, 아시아나만큼 커졌다
저비용항공사(LCC)가 ‘몸집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에서도 저가로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LCC가 항공기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개 LCC의 비행기 보유 대수가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설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1일 신규 항공기를 들여와 15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항공기 도입으로 5개 LCC의 항공기 수(82대)는 아시아나항공(84대)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진에어 등 다른 LCC도 2분기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LCC업계가 공급 능력 확충에 나선 이유는 국제선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 1월 5개 LCC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113만2203명으로 전년보다 52.4% 늘어났다. LCC업계의 국제선 수송부담률도 전년보다 4.4%포인트 늘어난 18.2%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CC들이 경쟁적으로 국제선 취항을 늘리면서 항공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LCC는 대만, 괌, 사이판, 베트남, 하와이 등지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낮은 항공권 가격을 무기로 LCC가 국제선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공급능력으로는 노선 확장에 한계가 있어 LCC는 덩치를 더욱 키워나가며 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CC는 연말까지 공급능력을 99대(제주항공 26대, 진에어 22대, 에어부산 18대, 이스타항공 17대, 티웨이항공 16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중 한 대를 줄일 계획이어서 연말엔 LCC의 항공기 보유대수가 아시아나항공보다 16대 많아진다.

LCC는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는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오사카, 부산~후쿠오카, 부산~도쿄 노선을 매일 4회 운항한다. 더불어 오는 6월까지 대구~제주와 부산~몽골 울란바토르의 신규 취항을 확정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 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선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계편을 띄우고 있다”며 “국내 수요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노선이 부족한 일본 지역에서의 환승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도 대구 공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4개의 대구발 국제선 노선을 띄우고 있는 상반기 중 대구~타이베이 노선과 인천발 중국 노선도 새롭게 취항할 예정이다.

장거리 노선도 LCC가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국내 LCC 최초로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취항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취항 후 노선 예약률이 매달 80%가 넘고 있다”며 “올해 300여명이 탈 수 있는 중대형 항공기 B777를 세 대 확보하는 만큼 또 다른 장거리 노선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수송 분담률은 지난 1월 19.6%에 그치며 20%대 아래로 떨어졌다.

부산=김태현/김순신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