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1, 2위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구리,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천억엔에 이르는 손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던 자원부문이 ‘미운 오리’로 바뀌면서 업계 내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자원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인프라, 자동차 리스, 병원 운영 등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 창사 이래 첫 적자…원자재값 급락에 고개 숙인 '일본 상사'
◆5대 상사, 1조엔 손실 처리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는 2015회계연도에 1500억엔(약 1조5500억원) 이상 순손실을 낼 전망이다. 1950년 창사 이래 65년 만의 첫 적자다. 2012년 사들인 칠레 구리 사업권과 LNG 사업권의 가치 하락으로 결산 때 약 4000억엔 규모 손실을 계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2015년 10~12월) 실적발표 때만 해도 3000억엔 순이익을 전망했다.

미쓰이물산은 전날 기업설명회(IR)에서 2015회계연도에 약 700억엔 순손실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 역시 1947년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게 된다. 이번 회계연도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2600억엔 규모의 손실을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쓰이물산은 실적 악화 우려로 이날 장중 8% 이상 급락했다. 야스나가 다쓰오 미쓰이물산 사장은 IR에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중국 원자재 수요로 2008년 이후 (원자재 시장에) 산이 높아진 만큼 골도 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이물산은 자동차 판매와 리스, 병원 운영 등 좀 더 안정적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상사의 원자재 손실 반영은 이들 회사뿐 아니다. 스미토모상사도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이번 결산 때 1700억엔의 손실을 새로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본 5대 상사의 원자재 관련 손실 처리액은 1조엔에 육박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토추發 상사업계 지각변동

종합상사는 일본 젊은이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 1위로 꼽히는 선망의 직장이다. 과거 고도성장기 때는 무역을 중개하며 일본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다. 제조업체가 해외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존 사업모델이 한계를 드러내자 자원개발 투자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상사들은 1990년대 엔고(高)를 무기로 경쟁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섰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수익을 거뒀다. 미쓰비시상사는 2010회계연도에 순이익의 70%인 3255억엔을 자원부문에서만 벌어들였다. 미쓰이물산도 2011회계연도 순이익의 90%(3894억엔)가 자원부문에서 나왔다. 2011회계연도 5대 상사의 자원부문 순이익 합계는 1조엔에 육박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급락으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5대 상사는 2014회계연도에 대부분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고, 이로 인해 업계 3위였던 스미토모상사는 731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뒤늦게 셰일오일 투자에 나선 것이 화를 불렀다.

이런 와중에 돋보이는 기업이 이토추상사다. 업계 4위였던 이토추상사는 2014회계연도 순이익에서 스미토모상사를 제쳤다. 이번 결산 때는 미쓰비시와 미쓰이까지 넘보고 있다. 섬유, 유통, 식품 등 생활소비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자원 외 부문을 키운 덕분이다. 자원 외 분야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인 이토추상사는 2015회계연도에 3300억엔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