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의 ㅁㅗㅁ짱] 킁킁‥그 어려운 걸, 저도 해냅니다
[편집자 주] 후각이 뛰어난 사람을 '개코'라고 합니다. 그만큼 개들의 후각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죠. 뉴스래빗이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김현진의 ㅁㅗㅁ짱] 7회 주인공은 세상을 '눈'이 아니라 '코'로 봅니다.

영상과 움직이는 그림 파일(GIF)로 '몸짱' 흰개미 탐지견을 만나보세요 !.!


제 이름은 옥소(3살·암컷)입니다. 고향은 영국, 2012년 생입니다. 한국 온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봄이 왔네요. 은은하게 꽃 향기가 난다고 했더니 공원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봄이 오면 그동안 갈고 닦은 제 실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전 생소한 직업을 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단짝 친구 올리비아(3살, 암컷)와 전국 198곳 문화재의 냄새를 맡으러 갑니다. 왜 음식도 아닌 문화재를 킁킁거냐고요?

저는 '흰개미 탐지견' 입니다. 오래된 목조 자재 속을 파먹는 흰개미를 찾죠. 흰개미가 뭐냐고요? 아래 사진(GIF) 보시죠~
[김현진의 ㅁㅗㅁ짱] 킁킁‥그 어려운 걸, 저도 해냅니다
개가 선천적으로 후각이 발달한 건 다들 아실테고요. 여기에 체계적 훈련으로 흰개미를 전문적으로 찾아냅니다.

지난달 21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동춘당(同春堂)에 다녀왔습니다. 약 450년 역사를 지닌 조선시대 목조건축 문화재입니다. 여기 온 이유, 맞습니다. 나무 기둥 등에 서식하는 흰개미를 찾아내기 위해서죠.

저는 평소에는 노는 걸 좋아하고 애교도 많습니다. 하지만 흰개미 찾는 일을 할 땐 누구보다 진지해지죠. 기둥과 목조 벽면 등 구석구석 냄새를 맡으며 이동합니다. 킁킁킁. 한 기둥에서 특유의 흰개미 페로몬 향이 나네요. 흰개미가 있는 지점입니다. 가만히 앉아 이 곳을 주시하면서 훈련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제 후각은 인간에 비해 최소 1만 배에서 최대 100만 배까지 뛰어납니다. 후각세포가 2억~3억개나 되거든요. 인간이 보통 500만개, 월등히 많습니다. 코 안은 냄새 맡기에 적당한 온도, 습도가 항상 유지됩니다.

저도 삼성그룹 직원입니다. 삼성 계열인 경기도 용인의 에스원 내 탐지견센터가 제 집입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발달된 후각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특정 물질의 냄새를 기억하는 후각사역견이 되었습니다. '테니스공' 찾기를 통한 기초, 실전 탐지 훈련을 마치고 탐지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죠, 후훗.
[김현진의 ㅁㅗㅁ짱] 킁킁‥그 어려운 걸, 저도 해냅니다
흰개미를 찾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흰개미는 목조, 건물의 목부재에 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곤충입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국내 각 지역의 산림과 문화재에서 흰개미의 서식이 확인됐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흰개미 피해가 심해졌습니다.

생물손상을 입은 문화재는 복원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문화재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둘러싼 주변 야산까지 꼼꼼히 확인해 흰개미의 이동 루트까지 파악합니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예방 활동이죠.

하지만 흰개미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주로 문화재 내부를 파먹기 때문에 목재 속을 보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가 어렵죠. 흰개미를 발견하고 나면 이미 피해가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김현진의 ㅁㅗㅁ짱] 킁킁‥그 어려운 걸, 저도 해냅니다
저를 비롯한 흰개미 탐지견은 3마리입니다. 전국의 모든 목조 문화재를 지켜내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혹시 문화재를 관람하다가 목조 건축물 근처에서 냄새를 맡고 있는 흰개미 탐지견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따뜻한 시선으로 쓰다듬어주세요.

물론, 문화재를 지키는 주체는 견공이 아니라 여러분이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

# 옥소, 올리비아의 이야기는 박병배 에스원 탐지견 훈련사, 서민석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사의 구술을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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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진의 ㅁㅗㅁ짱]이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상처 투성이에 울퉁불퉁 못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 발을 '아름답다' 말합니다. 예술적 경지에 오르려 인고의 시간을 버틴 몸의 흉터이자 훈장입니다. 발레리나로 태어난 몸은 없습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발레리나의 몸을 완성하는 것이지요. [ㅁㅗㅁ짱]은 그 세월이자 훈장 같은 '아름다운 몸'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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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 연구=김현진, 이재근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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