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돌파구 안 보이는데 소비심리·기업심리도 꽁꽁
전문가들 "안일한 대응 안 돼…정책 수단 총동원해야"

해가 바뀌고 3개월이 다 돼가지만 수출은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최장 기간 감소 기록을 세운 수출은 이달도 감소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수출 부진에도 내수가 버텨줬지만 최근엔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체감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정부가 제시한 3%대 경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수출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 비관론이 확대되는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일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수출 최장감소 기록 또 갈아치우나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은 최장기 감소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은 237억7천2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했다.

1∼20일까지의 수출 실적으로 한 달간의 실적을 예측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달 달 수출도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면 수출은 최장 기간 마이너스 기록을 한 달 만에 다시 갈아치우게 된다.

지난달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2% 줄어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3월에도 수출이 줄면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게 된다.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2개월 이후 4개월 연속 두자릿수 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달 21∼31일에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이어가면 수출품목의 단가가 상승하면서 감소 폭이 2월보다 줄어들 수 있다.

◇ 개선 기미는 안 보이고 내수도 암울…3%대 성장 물 건너가나

그러나 중국 경제 둔화 등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여건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수출 부진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이달 초 전국인민대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6.5∼7.0%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였던 '7.0% 안팎'보다 낮아진 것으로 25년 만의 최저치다.

예전처럼 고속 성장은 어려워졌다는 점을 중국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5% 수준인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나마 하락세를 거듭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반등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모양새다.

그러나 유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수출에 가세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내수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생산, 소비, 투자는 모두 줄었다.

1월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비를 파악할 수 있는 소매판매도 1.4% 줄었다.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6.0% 감소했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기업 체감경기는 6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CSI)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위축됐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고 소비나 투자를 줄여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에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 성장률 3.1%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3.0%를 예측한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대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

작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속보치)은 2.6%였다.

◇ 정부 "수출 개선 흐름"…전문가들 "안일하게 생각 말아야"

정부는 최근 수출 개선 흐름이 보이고 있다며 수출 감소폭이 이전만큼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3월 들어 18일까지만 집계하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출액이 5% 줄어든 정도"라며 "작년에는 19∼20일이 평일이었는데 올핸 주말이다 보니 갑자기 전년보다 감소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이) 2월부터 개선 흐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조업일수 등을 고려해서 3월 전체로 집계하면 전월보다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여건에 대해선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집중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일까지 수출이 19%대가 감소했다면 이달에도 두자릿수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마이너스는 아닌 만큼 결구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단가를 떨어뜨려서라도 중국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수에 대해선 기준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미국 경기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은 있지만 중국이 좋지 않아 작년보다 수출이 개선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정부가 안일하게 생각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각국의 환율 경쟁 속에 우리가 환율 방어를 하지 못하면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엔화나 위안화에 견줘 원화가 더 강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