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상장관회담 성과 간담회…"비관세장벽 해소 위한 제도 틀 확립"

"수출 낙폭 줄이도록 노력…전기 요금 적절하게 유지해야"

"중국 기업의 의사결정이 상당히 빨랐고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도 관심이 컸습니다.

중국 주요 기업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즉석에서 1억2천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결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한 최근 중국 산업계의 분위기다.

최근 베이징에서 한·중 통상장관 회담 등을 마치고 돌아온 주 장관은 21일 세종청사 간담회에서 "중국 기업과 만날 때 한국의 투자 환경 정도만 설명하려고 했는데 중국 측이 현장에서 곧바로 투자 결정을 해서 놀랐다"며 "최근 중국은 단순 제품 수출에서 소비, 서비스, 내수 위주로 경제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업체인 구천그룹과 유젠그룹은 지난 17일 주 장관과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각각 1억달러와 2천만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천 그룹은 경북 포항에 5성급 호텔을 짓고 유젠그룹은 포항에 티타늄 생산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주 장관은 "중국은 또 최근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철강과 석탄 분야 등에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 기업이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공유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양국이 산업 협력 분야에서도 전기를 마련했다"고 방중 성과를 평가했다.

주 장관은 "양국 모두 고급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을 키우려고 하고 있으니 상호 투자를 하면 좋을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중국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갖고 있고 한국은 품질, 브랜드, 한류 이미지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주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비관세장벽 해소 분야에서 제도적인 틀을 만든 점이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품질감독 검사검역 장관 회의를 매년 열고 진전된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중국은 이 같은 회의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애초 2년에 한 번씩 열자고 했는데 기간을 줄였고 국장급 실무회의도 매년 두 차례 정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장관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정의 경우도 발효 후 2년 이내에 개시하기로 돼 있는데 올해 내에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한중 FTA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제도적인 틀을 잘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전자제품 인증기관 간 상호인정 협정을 맺는 등 우리 기업이 겪는 애로 사항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한중 FTA가 관세 철폐 효과를 얻으려면 이 같은 제품 관련 인증 및 통관 절차 간소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 업체에 불리한 형태로 변경한 전기버스 배터리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중국 측은 4월 중 한국 기업의 참여 하에 안전성 평가를 완료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조금 지급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고 LG화학, 삼성SDI 등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방식 배터리에 대해서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잠정적으로 제외한 바 있다.

주 장관은 "우리 기업이 조만간 전기버스의 안전성과 관련한 논거를 제출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이 3월에도 20% 가까이 감소하리라는 전망이 나온 점에 대해 "갤럭시 S7 등 모바일 신제품이 나왔고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 제품이 호조를 보이지만 중국 시장 등의 여건은 올해보다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며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수출 낙폭을 줄여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장관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가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한 점과 관련해 "(유가 하락 등) 원가 요인도 반영해야겠지만 에너지 신산업육성, 온실가스 감축 관련 투자 요인 등을 감안해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장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