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와 함께 ‘반토막 펀드’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베트남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데다 인프라 투자 확대,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폐지 등에 힘입어 베트남 증시가 재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신흥아시아 펀드로 139억원이 순유입됐다. ‘미래에셋베트남’ ‘IBK베트남플러스’ 등 주로 베트남펀드가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에도 베트남펀드 투자자가 몰리면서 대표 펀드인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의 설정액이 한 달 새 100억원을 넘어섰다.
"10년 전과 다르다"…투자자 눈물 닦아주는 베트남펀드
국내 펀드 투자자 사이에는 베트남펀드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크다. 2006년 베트남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베트남펀드 투자 열풍이 일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투자 원금이 절반 이상 날아가는 등 ‘애물단지’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베트남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수급 여건은 10년 전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인 데다 지난해 TPP가 체결되고 외국인 주식투자 지분 한도가 없어지는 등 호재가 많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며 “TPP를 계기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떠올랐기 때문에 차별화한 성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VN지수(지난 17일 종가 579.26)는 올 들어 1월22일 최저점을 찍은 뒤 10.92% 상승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