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년간 하청근로자 6천명 정규직 채용
10년 넘게 끌어 온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갈등이 17일 해소됐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를 사실상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고, 노사 쌍방은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민·형사상 소송 모두 취하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이 이날 조합원 총투표에서 통과시킨 특별고용안의 핵심은 2014년 8월18일 도출했던 ‘2015년까지 4000명 채용’보다 채용 규모와 하청업체 근무경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1200명, 내년 800명 등 총 2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서도 679명의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은 올해 안에 모두 정규직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다른 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과 달리 정규직 채용이 아닌 하청업체 근무 경력을 모두 인정받는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마지막까지 버텨 왔다.

또 2018년부터는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는 대로 사내하청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한다. 이로써 2012년 회사 측과 갈등을 빚었던 하청 근로자 6800여명이 점진적으로 전원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2014년 합의에서 최대 4년까지 인정했던 하청 업체 경력 인정 범위도 최대 10년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사내하청 경력 약 20개월을 현대차 경력 1년으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현대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쌍방이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도 취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소 취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0년 갈등’ 해소

사내하청은 현대차 같은 원청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 업체의 근로자가 원청 업체의 공장에서 일하는 근무 형태다. 제조업에 파견근로가 금지돼 있는 한국에선 대규모 사업장에서 핵심 업무가 아닌 업무에 파견 대신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하청은 근로자가 하청 업체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는 파견과 다르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사내하청 근로자가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으면 파견으로 보며, 제조업 등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활용하면 파견근로자를 원청의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사내하청 직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거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에선 2005년 하청 업체에서 해고된 근로자 최모씨가 소송을 제기해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이후 사내하청을 둘러싼 갈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2010~2011년 공장 점거, 2012년 죽창 시위, 2013년 희망버스 등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1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조와의 이번 합의로 큰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내하청 갈등을 해소한 것뿐 아니라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