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7일 오후 4시10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시장에서 현대로템 회사채를 잇달아 시가보다 싸게 팔아치우며 채권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한 시중은행은 지난 15일 기관투자가 전용 장외채권시장에서 현대로템22-1 200억원어치를 한 보험회사에 팔았다. 현대로템이 2014년 3월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3년 만기 회사채다. 거래 금리는 당시 이 채권의 유통 금리(연 2.41%)보다 0.56%포인트 높은 연 2.97%였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으로 치면 액면가 1만원당 1만97원에 거래되던 채권을 그보다 53원 싼 1만44원에 판 것이다. 채권을 판 은행에는 1억원가량 손해다. 지난 14일에는 또 다른 은행이 똑같은 채권 100억원어치를 한 증권사에 매도했다. 이날 거래가도 시가보다 45원 낮았다.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현대로템 회사채 유통 금리는 연일 상승세다. 현대로템의 3년 만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 16일 1.253%포인트를 기록했다. 6개월 전인 작년 8월 초(0.456%포인트)보다 세 배 가까이 벌어졌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만기가 같은 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를 나타낸 값으로, 이 수치가 벌어질수록 회사채 금리가 오른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느끼는 투자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현대로템 회사채를 잇달아 처분하는 것은 조만간 채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로템은 작년 19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말 “실적 부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0’로 낮췄다. 동시에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2년 내에 등급을 한 번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