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알파고' 키울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
정부가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능가하는 한국형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정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민간기업과 손잡고 기업형 연구소를 연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핵심 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해마다 2000억원씩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의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과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 관련 기업인 20명을 비롯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관계장관이 참석했다.

◆AI 육성 위해 기업형 연구소 설립

정부는 먼저 인공지능 연구역량과 국내 데이터 활용 능력을 결집하기 위해 민간 주도로 기업형 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총 300억원이 투자되는 이 연구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6개 기업이 출자자로 참여한다.

산업과 공공 영역에서 주력 프로젝트를 선정해 인공기능이 아직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지 못한 언어지능과 시각지능, 공간지능, 감성지능, 창작 능력 등 5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선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2019년까지 언어지능을 위한 지식 축적 역량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고 세계 최고 인식기술대회인 이미지넷에서 우승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최 장관은 “앞으로 5년간 정부 차원에서 1조원을 투자하고 민간 쪽에서 2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현안 대통령이 직접 챙겨

박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학기술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신설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할 것”이라며 “핵심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 부처 간 의견 대립 사안에 대해 톱다운 방식으로 전략을 마련하면서 우리 연구개발(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전략회의 신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연구생산성이 떨어지고 알파고와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풀이다. 과학기술 분야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특정 문제와 장기적 비전에 대해 컨설팅하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과학 정책 심의기구 역할을 하고 있어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전략회의 결정 사항의 후속 조치를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담당해 양 회의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현안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