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산맥으로 이해하는 서양철학사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니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철학가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말을 했을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진짜 의미는?", "칸트의 '아 프리오리'란 무엇일까?", "니체는 왜 '초인이 되라'고 외쳤을까?" 등의 질문에 곧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발적으로 철학에 관한 지식들을 접해왔거나 난해한 용어들로 가득한 책을 읽은 사람에게, 철학이라는 큰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애써 읽더라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신간 도서 '철학 읽는 힘'은 매우 단순하지만 명쾌한 착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2500년 서양철학을 큰 흐름에서 살피면, 일종의 패턴이 발견된다. 이러한 특징을 '세 가지 산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1산맥은 사상의 시초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의 건설까지, 제2산맥은 근대 합리주의에 의한 철학의 완성까지, 제3산맥은 완성된 철학은 부수자는 현대 사상까지로 나뉜다. 각각의 산맥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앞의 (사상적) 산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의 움직임'에 있다.

구체적으로 제1산맥에서는 '세계의 본질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고 싶다'는 욕구가 지배한 시기로, 이러한 사상적 특징은 2000년 넘게 지속되다가 근대 합리주의가 등장하면서 그 사조가 흔들린다.

제2산맥으로 구분되는 근대 합리주의에서는 '인간은 본질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력을 믿어보자'는 사상이 주된 흐름을 이룬다.

그러나 이는 다시 제3산맥으로 이어지며, 이 시기에는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의 배후에 무언가가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은 무언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핵심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 철학에 대한 갖가지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철학사 전체를 3분 안에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철학사를 가장 쉽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어려운 사상이나 개념을 쉽게 풀어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저자의 재능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현진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