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
경남 통영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30여분간 차를 달리면 통영국제음악당에 닿는다. 날개를 닮은 지붕이 인상적인 이 흰색 건물에서는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아시아 최대 규모 현대음악제로 성장한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올해도 이곳에서 열린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흘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과 블랙박스에서 펼쳐진다.

통영국제음악제 역사에서 올해는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현대음악조직인 국제현대음악협회(ISCM)의 세계현대음악제(3월28일~4월1일)와 함께 열린다.

지난해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지정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뒤 처음 열리는 음악제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음악계 거장과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통영을 찾는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처음 열린 행사가 올해 열다섯 번째를 맞았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인 내년을 염두에 두고 실험적 성격이 짙은 융합 무대가 풍성하게 준비됐다.

◆백건우, 부조니 기념 리사이틀

25일 열리는 개막 공연 첫곡으로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3막 서곡인 ‘성 금요일의 음악’이 울려퍼진다. 성시연의 지휘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생동감 넘치는 봄의 싱그러움을 담아 연주한다.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극찬한 노르웨이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64번을 협연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도 무대에 오른다.

미니멀리즘(단순·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사조) 음악의 선구자인 현대음악 거장 필립 글래스가 처음으로 통영을 찾는다. 장 콕토 감독의 영화 ‘미녀와 야수’ 영상에 음악을 입힌 글래스의 동명 오페라가 25~26일 선보인다. 영화 속 배우의 대사에 맞춰 가수들이 노래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26일 공연은 전석 매진됐다. 그는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와 함께 27일 ‘저녁의 대화’ 무대에도 올라 자신의 피아노곡들을 연주하고 대담도 한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데뷔 무대를 가진다. 다음달 1일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 탄생 150주년을 맞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부조니의 ‘바흐 판타지’와 ‘카르멘 판타지’ ‘투란도트의 규방’ 등을 들려준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제7번과 제18번도 연주한다.

◆음악과 영화·무용 어우러진 무대

음악과 영화, 음악과 무용 등 장르를 섞은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런던 아시아무브먼트 예술감독을 지낸 무용수 조용민과 제8회 차이코프스키콩쿠르에서 우승한 마리오 브루넬로가 함께 여는 ‘브리징 컬러스’가 대표적이다.

브루넬로가 이탈리아 작곡가·첼리스트 도메니코 가브리엘리, 이탈리아 현대음악 작곡가 조바니 솔리마, 윤이상의 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을 연주하면 조용민이 춤을 춘다. 브라질 보사노바와 한국 판소리를 접목한 ‘정가악회 코브라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음악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소프라노 마리솔 몬탈보는 이번이 첫 내한공연이다. 그는 미하엘 마이어의 반주로 31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브란티노 가곡을 부른다. 고음악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는 자신이 만든 고음악 연주단체 바흐콜레기움재팬과 ‘마태수난곡’을 연주한다.

폐막 공연은 다음달 3일 지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벨라 바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진은숙의 2014년작 ‘사이렌의 침묵’(아시아 초연), 프랑스 현대음악 작곡가 브루노 만토바니의 신작 첼로협주곡(아시아 초연) 등을 연주한다.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와 몬탈보가 협연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