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균 화백 "뉴욕은 내 예술의 풍요로운 토양…도시의 맥박 미친듯이 잡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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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서 '뉴욕 1987~2016'전 여는 인기작가 오치균 화백
1987년 이후 세 차례 뉴욕서 작업
건물·슬럼·노숙인·첨단 문명 등 도시의 얼굴 담은 100여점 선봬
1987년 이후 세 차례 뉴욕서 작업
건물·슬럼·노숙인·첨단 문명 등 도시의 얼굴 담은 100여점 선봬

오 화백이 지난 30년간 뉴욕에서 만든 작품을 한꺼번에 펼쳐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을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연다. 전시회의 주제는 ‘뉴욕 1987~2016’. 유학 시기(1987~1990년)를 비롯해 개인전 준비를 위해 1992년 다시 뉴욕에 정착했다가 1995년 산타페로 이주하기 전까지의 시기, 2014년 가을 다시 뉴욕을 찾았던 시기 등에 작업한 ‘뉴욕’ 시리즈 100여점을 내걸었다. 국내 화단에서는 보기 드물게 50대 초반에 인기 화가로 부상한 오 화백의 드라마 같은 뉴욕 시절 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그의 뉴욕 초기 작품은 침대 위에서 뒹구는 남자의 사지를 비롯해 어두컴컴한 지하철, 슬럼가의 생경한 모습 등이 주를 이룬다. 화려한 도시 풍경이지만 힘겨운 자신의 삶을 담아내서인지 분위기는 어둡고 극도의 쓸쓸함마저 묻어 있다. 노숙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그린 1987년작 ‘홈리스(Homeless)’, 좌절한 인물의 형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피겨(Figure)’ 시리즈 등은 검은색 톤으로 화면을 장악해 자신의 막막한 삶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대표작이다. 오 화백은 “당시엔 무의식적으로 구도에만 집중했는데 머리로 해석하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만을 스스로 충동질해 작업했다”고 회고했다.
1990년대 중반 그의 뉴욕 작품들은 검은색을 자제한 탓에 색채가 이전보다 다소 밝아졌다. 작가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9·11테러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에 올라 뉴욕 시내의 바둑판 같은 건물을 주시했다. 붓 대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를 두껍게 칠하는 지두화(指頭畵)기법을 활용해 건물 속에서 첨단 문명의 아우라를 잡아냈다. 색채를 칠해 넣는 게 아니라 물감을 발라올림으로써 도시 문명의 역동적인 모습을 살려낸 것이다.
화면에 물감만 배어 있다면 작품이 아니라 ‘낙서’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오 화백은 “뉴욕의 다양한 표정에 집착하지 않고 도시의 ‘맥박’을 좇았더니 묘한 힘이 느껴졌다”며 “당시 뉴욕의 다양한 건물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도 이런 에너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