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등뼈’ 역할을 해온 산업이다. 남다른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최강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환경에 따라 산업주기가 빠르고 해외 기업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완화되는 반도체산업 ‘다중 악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 요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정보기술(IT) 전방산업의 극심한 수요 부진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PC 시장은 두 자릿수 역성장세에 갑작스럽게 접어들었다. 설상가상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IT 수요가 예상을 밑돌기 시작했다. 관련 업체에 대한 수익성 추정치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산업에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국내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인 유니스 플렌더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시도했고, D램 전문 업체와도 인수합병(M&A) 또는 협력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 요인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연간 전방산업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급속히 회복되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올 상반기 주요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출시하는 신제품에 4GB D램이 탑재되고 있다는 점이 D램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심지어 6GB D램 탑재 스마트폰도 등장하고 있다.

IT 세트 수요는 부진하지만 ‘D램 콘텐츠 성장률(기기당 D램 탑재 용량 성장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2016년 2분기부터는 D램 수급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낸드플래시도 콘텐츠 성장률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 따른 부정적 요인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흐름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인 고용량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채용 경향과 PC, 서버 등에서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채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고성장 지속은 기대할 만하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입도 주춤한 상태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M&A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국가 간 보안이슈 및 인수가격 문제로 M&A가 지연되고 있다. 결국 M&A를 통한 시장 진입에는 성공하겠지만 그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1분기 말 바닥 확인할 듯”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이 예상된다. IT산업의 계절성을 고려하면 메모리 업황은 1분기 말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짝수 해(스포츠 이벤트)에는 연말 IT 성수기 수요가 상반기로 일정 부분 앞당겨진다는 점과 올 상반기 출시되고 있는 하이엔드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D램 용량이 4GB라는 점이 메모리반도체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Cover Story] 중국,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입 '주춤'…2분기부터 D램 수급 안정 '호재'
지난 1~2년 동안 확대됐던 선발업체와 SK하이닉스와의 D램 원가 경쟁력 차이도 2016년 2분기부터 재차 축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연됐던 신규 공장(FAB)인 M14에서 20나노급 램프업(생산량 증대)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경쟁 열위에 있지만 3D 낸드시장의 개화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D 낸드시장은 글로벌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그 외 업체들이 올해부터 경쟁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무장한 한국 반도체 업종으로선 여러모로 작년보단 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윤 < 유안타증권 연구원 jaeyun.lee@yuanta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