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4개월째 감소] '통화가치 하락→수출 증가' 공식 깨진 신흥국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도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수출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의 가격 인하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와 유가 하락 여파로 신흥국들의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수출 증가를 위해 통화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필요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화전쟁을 치러봐야 별 소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한국의 원화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인도 루피화도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지만 (수출이 증가하는) ‘경제원론’식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2013년 5월23일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1일까지 통화가치가 4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통화도 각각 36.9%와 36.8%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수출증가세는 미미했다.

주된 이유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저유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신흥국의 최대 수출시장이 위축됐다. 가격을 내린다고 물건을 더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출 신흥국들의 수출대금이 감소했다. 미국 달러 강세로 교역액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WSJ는 “통화약세를 유도해 수출 확대에 기여하려던 각국 중앙은행의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신흥국 통화는 각국의 재정악화와 달러 강세가 맞물려 더 약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이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