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부터 모델포트폴리오 접수…약관 심사 '동시진행'

'만능 재테크 통장'으로 관심을 받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일이 오는 3월14일로 임박한 가운데 당국이 모델 포트폴리오 접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상품 출시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자칫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월2일부터 투자일임업 자격을 갖춘 금융사들로부터 ISA 모델 포트폴리오 보고를 받는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투자 성향을 고려해 금융사가 미리 고객 유형별로 마련해 놓은 투자 포트폴리오다.

예를 들어 '초고위험' 성향 고객은 주식형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초저위험' 성향 고객은 예·적금과 국공채형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담도록 미리 짜 놓은 것이다.

금융사가 일임형 ISA를 팔려면 판매 7영업일 전에 모델 포트폴리오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후 7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자사 홈페이지나 영업점을 통해 고객에게 모델 포트폴리오의 내용을 제시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3월14일 예정대로 ISA를 출시하려면 늦어도 3월3일까지는 금감원에 모델 포트폴리오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내달 2일부터 접수가 시작되면 증권사들이 대거 모델포트폴리오를 신청하게 돼 심사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20개 증권사가 14일 출시를 목표로 내달 2∼3일 모델 포트폴리오를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업무 폭증에 대비해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 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가 여전하다.

당국은 원래 보고 내용이 부실하면 자료를 반려하거나 보완을 지시할 수 있는데, ISA 시행일이 코앞인 상황에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를 받지 않은 상품의 보고 신청도 일단 접수하기로 한 상황이다.

원래는 협회 약관 심사를 통과해야 당국에 상품 보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선 보고 접수를 하고 나중에 약관 통과 결과를 보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상품의 약관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출시 날짜에 맞춘 '벼락치기'식 심사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용석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모델 포트폴리오 보고가 한꺼번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인력을 배정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보고는 인·허가와 달리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일정 시간을 갖고 리뷰를 하는 절차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도 걱정이 많다.

치열한 초기 고객 확보전이 벌어질 예정인 가운데 '심사 병목 현상'에 걸려 자칫 14일에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ISA 업무 담당자는 "촉박한 상황으로 봐서 3월14일에 정상적으로 일임형 ISA를 출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금감원의 보고 안내에도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ISA를 애초 신탁형으로만 허용하기로 했다가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 일임형까지 허용하기로 뒤늦게 결정하면서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신탁형은 고객이 자금 운용 방식을 전적으로 결정하는 상품이다.

반면 일임형은 자금 운용을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에 맡기는 것이어서 투자 손실이 나면 고객과 금융사 간 분쟁 가능성이 빚어질 소지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