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아무런 통신 수단도 없는 외딴 섬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가지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구 구성 변화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채권시장의 황제’로 불리는 미국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공동 설립자 빌 그로스의 말이다. 투자자와 기업인, 정책입안자 등에게 인구통계학은 경영의 기회를 모색하고, 가장 적합한 호기를 판단할 수 있는 미래 지표다.

글로벌 데모그래픽스의 창립자 겸 대표인 클린트 로렌은 《인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질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가구, 노동력, 가계소득, 지출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측한다.

저자는 2012년을 기준으로 20년간 국가별, 연령별 인구 통계 변화 추이를 종횡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추이는 40세 이상 인구 급증이다. 2032년 기준으로 40~64세는 3억5290만명으로, 2012년에 비해 21% 증가한다. 65세 이상은 4억3560만명으로 81% 늘어난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공략하라는 수많은 경영 서적이 틀렸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지역과 국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시장은 소비자 수가 감소하고, 중장년층 시장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로렌은 “중국과 인도의 젊은 중산층을 공략하느라 혈안이 된 기업이 많다”며 “하지만 젊은 세대는 성장 시장이 아니고, 소득 수준도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40~64세 집단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자다. 자녀들이 장성해 집을 떠난 ‘빈 둥지 세대’ 가정이 많아서다. 아시아 부국과 서유럽은 이미 3가구 중 2가구꼴로 자녀가 없다. 2032년이면 4가구 중 3가구에 가까운 비율이 된다. 돈 쓸 곳 없는 무자녀 소규모 가구는 개인 위생용품, 휴양, 여행, 건강관리, 외식, 차량, 오락 등에 대한 소비를 늘린다.

저자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의 인구 변화 추이에 주목한다. 중국도 15세 미만 어린이 수는 감소하는 반면 자녀가 없는 가구 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도시 지역에서 태어난 한족에만 적용된 정책인 만큼 폐지돼도 인구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에서도 어린이·청소년 시장보다 ‘빈 둥지 세대’ 공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2012년을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인 만큼 ‘중국의 한 자녀 정책 폐지’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정책 입안 등 ‘외부 변수’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인구 변화 추이를 예측하면서 소비 지형의 변화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