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시작이 절반] '중수익·절세·분산' 3원칙 지키고 연 3~7% 수익률 목표로 투자
중견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김남수 씨(53)는 지난해 초부터 은퇴 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재테크를 시작했다. 집 크기를 줄여 이사하면서 생긴 1억5000만원을 밑천 삼았다. 하지만 1년째 뾰족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연 1.8% 금리의 정기예금은 세금을 빼고 1년에 손에 쥐는 이자가 230만원가량에 불과했다.

은퇴 이후 대비를 못하고 있는 40~50대가 많다. 계속되는 초저금리 상황은 이들의 은퇴 준비를 더 어렵게 한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좋든 싫든 미리 투자에 나서야 하고 예금과 연금, 펀드 등 자신에게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권했다.

◆절세·분산투자로 중수익 노려라

20년 전엔 정기예금만 들어도 연 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지금은 아니다. 김영옥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팀장은 “예금은 자산 증식을 위한 재테크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김씨처럼 은퇴를 앞둔 50대 직장인은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까. 우리은행 자산관리(WM) 자문센터에 김씨의 자산관리 상담을 의뢰했다. 은퇴 전까지 2억원의 여윳돈을 모은다고 가정해 포트폴리오를 짰다. 우선 김씨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고려해 안전자산인 정기예금과 국내채권형펀드에 6000만원을 넣기로 했다. 기대수익률은 연 1.8%다. 다음으로는 연 3% 수익률을 올리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에 700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7000만원 중 5000만원은 국내주식형펀드, 2000만원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에 투자한다. 기대수익률은 각각 연 4%와 연 10%다.

이렇게 자산 배분을 한 이유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은퇴 이후 연 3.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정기예금 수익률의 두 배 수준이다. 곽재혁 우리은행 WM사업단 차장은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5년 뒤 수익이 2000여만원 많다”고 설명했다.

물론 투자상품이 예금보다 손실 위험이 크다. 하지만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기대수익률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과장(세무사)은 “투자위험이 두려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노후준비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라며 “분산투자와 절세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 대비 자산관리 원칙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중(中)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것이다. 은퇴생활자가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연 3~5%, 공격적 투자자는 연 5~7%의 기대수익률을 설정하는 게 적절하다. 두 번째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등 절세 상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분산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키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40대는 투자기간 나눠 분산투자

은퇴에 대비하려는 40대 초반 직장인이라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은퇴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남은 만큼 단기(3년 이하), 중기(10년 이하), 장기(10년 이상)로 나눠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 조종익 KEB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40대 맞벌이 부부가 자녀 교육비 등을 제외하고 저축할 수 있는 돈은 월 300만원 정도”라며 “이 경우 단기상품에 60만원, 중기상품에 180만원, 장기상품에 60만원을 넣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단기상품으로는 국내주식형펀드, 중기상품은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를 활용한 해외선진국펀드 투자, 장기적으로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추천했다. 세 상품 모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서 지역별 분산투자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조 팀장은 또 “안정적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게 목적이라면 목돈 투자보다 투자시점·가격을 분산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를 권한다”며 “펀드 가입 때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자동환매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931조3000억원

지난해 말 기준 단기 부동(浮動)자금 규모. 현금과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만기 1년 미만의 자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단기 부동자금은 2014년보다 17.2% 급증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