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가수 정미조 "37년 만에 복귀…노래가 너무 그리웠죠"
데뷔와 함께 발표했던 자신의 대표곡 ‘개여울’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지적 외모와 우아한 목소리로 197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 정미조 씨(67·사진)다. 정씨가 23일 서울 한남동 음악감상실 ‘스트라디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새 앨범 출시와 함께 37년 만의 가요계 복귀를 알렸다.

“어쩌다 보니 다시 노래를 하게 됐네요. 오랜만에 노래를 하니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감회도 새롭고….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그리운 생각’ 등의 히트송을 불렀을 때 그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갓 졸업한 신인이었다. 한창 인기를 누리던 1979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전공인 미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파리 제7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고, 1993년부터 수원대 서양화과 교수로 일했다.

“늘 노래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요. 3년 전 음반 제의를 받고 솔깃했죠. 요즘 노래 잘하는 젊은 가수들이 워낙 많아 두세 곡 정도 내자고 했는데 ‘오랜만에 복귀하니 정식 음반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잘한 것 같습니다.”

새 앨범 ‘37년’에는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등 2곡의 대표곡 리메이크와 11곡의 신곡 등 13곡이 실렸다. ‘귀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는 곡으로, 가요계로 컴백한 정미조의 인생 궤적과 묘하게 겹쳐진다.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핑 도는 곡이에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추억이 떠오르는 곡이죠.”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옮겨 불멸의 히트곡이 된 ‘개여울’은 잔잔한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해 불렀다. “자꾸 부를수록 간결한 클래식 반주가 곡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발라드부터 탱고, 보사노바까지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새 앨범에 담겼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씨가 참여했다. 정씨는 오는 4월10일 LG아트센터에서 컴백 콘서트도 연다.

데뷔 시절과 마찬가지로 ‘원테이크’(여러 번 부른 곡을 편집하지 않고 한번에 부르는 것)로 녹음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손성제 호원대 교수(작곡가)는 “정 선생님이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서 편집을 많이 해야 할까봐 처음엔 걱정했는데 첫곡이 끝난 뒤 너무 훌륭해서 박수를 쳤다”고 했다. 일단 마음을 먹은 이상 빨리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작곡가 선정 등의 문제로 3년이 걸렸다.

“학교 일을 하다 보니 37년이 훌쩍 흘렀네요. 주변에선 교수로 은퇴하지, 이제 와서 새삼 노래를 부르느냐는 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리웠습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