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월 240만원 가치 7억…당신의 퇴직연금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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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3) 퇴직연금 미리 준비해야
저금리 환경, 원금보장형만으론 노후준비 연금재원 확보 어려워
선진국선 실적배당형 비중 높아 자산배분 리밸런싱도 신경써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저금리 환경, 원금보장형만으론 노후준비 연금재원 확보 어려워
선진국선 실적배당형 비중 높아 자산배분 리밸런싱도 신경써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공무원연금 월 240만원은 목돈으로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생애재무설계 교육을 할 때마다 꺼내는 얘기다. 목돈을 한 번에 금융회사에 납입하고 받는 일시납 연금으로 생각하면 1억원은 종신연금 40만원(60세 남성, 최근 공시이율 기준)으로 환산할 수 있다. ▶본지 2월3일자 B2면 참조
그러니 월 240만원은 목돈 6억원에 해당한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6억원보다 훨씬 많다. 공무원연금은 본인이 먼저 사망하면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연금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지자체 40~50대 5~7급 공무원이 정년퇴직하면 월 240만~280만원의 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6억~7억원이 넘는 연금 자산을 가진 것이다. “박봉이라서 투자할 돈이 없다”며 시큰둥하던 공무원 수강생들도 연금 얘기에서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
민간 기업 직원 대상 교육에서 공무원연금 얘기를 들려주면 ‘와~’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터진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 월 100만원 받기가 쉽지 않고, 게다가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월 200만원 가까이 부족하고 최장 5년이나 늦게 받는 것이다.
부족한 금액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운용해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전에 결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금액을 근로자가 본인 책임으로 운용해서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DC)형 △직장을 옮기면서 받은 퇴직금이나 본인이 추가로 넣은 돈을 스스로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액 중 DB형이 68.3%로 가장 많고, DC형 22.5%, IRP 8.6% 등이다. 그리고 DB형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고, DC형과 IRP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각각 18.9%와 15.7%이다. DB형과 DC형,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상황에 달려 있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라면 DB형이 유리하다. DB형 가입자인데 본인의 올해 연봉이 현재 최고점에 달했다면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DB형 퇴직급여를 최고 연봉을 기준으로 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DC형으로의 전환은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면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IRP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환경에서 원리금보장형으로는 충분한 연금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연금의 일정 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말로는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쉽게 동의하면서도 실적배당형을 선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 재원을 지키려는 심리도 있겠지만, 퇴직연금 운용을 낯설어하거나 귀찮아하는 것도 요인이다. 연금 및 투자 문화가 성숙된 국가들은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미국은 퇴직연금의 60.7%가 주식 및 펀드에 투자됐고 예·적금은 1.2%에 그쳤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도 주식 및 펀드 비중이 17.2~37.4%, 예·적금은 0.5~5.1%였다. 반면 한국은 주식 및 펀드는 7.8%에 불과했고 예·적금은 47.1%에 달했다.
미국과 한국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심층면접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생애주기별로 퇴직연금의 자산배분이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젊은 근로자들은 주식형 상품 비중이 높은 자산배분 전략을 선택해 단기적인 투자손실이 생기더라도 주식보유 수량을 늘려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 한편 중장년 근로자들은 은퇴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저위험 상품 비중을 높였다.
이에 비해 한국 근로자들은 연령이나 직업, 퇴직연금 가입연수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예·적금 선호가 압도적이었다. 퇴직연금의 자산배분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미국 근로자들이 자산배분 리밸런싱을 자주 하는 반면, 한국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가입 시 선택한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8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한 대기업을 5년간 관찰한 연구는 퇴직연금 자산배분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가 81%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회사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의 내실을 강화하거나 생애재무설계 교육을 실시,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그러니 월 240만원은 목돈 6억원에 해당한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6억원보다 훨씬 많다. 공무원연금은 본인이 먼저 사망하면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연금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지자체 40~50대 5~7급 공무원이 정년퇴직하면 월 240만~280만원의 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6억~7억원이 넘는 연금 자산을 가진 것이다. “박봉이라서 투자할 돈이 없다”며 시큰둥하던 공무원 수강생들도 연금 얘기에서는 입가에 미소를 띤다.
민간 기업 직원 대상 교육에서 공무원연금 얘기를 들려주면 ‘와~’ 하는 부러움의 탄성이 터진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 월 100만원 받기가 쉽지 않고, 게다가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월 200만원 가까이 부족하고 최장 5년이나 늦게 받는 것이다.
부족한 금액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운용해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전에 결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금액을 근로자가 본인 책임으로 운용해서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DC)형 △직장을 옮기면서 받은 퇴직금이나 본인이 추가로 넣은 돈을 스스로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으로 나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액 중 DB형이 68.3%로 가장 많고, DC형 22.5%, IRP 8.6% 등이다. 그리고 DB형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고, DC형과 IRP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각각 18.9%와 15.7%이다. DB형과 DC형,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상황에 달려 있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라면 DB형이 유리하다. DB형 가입자인데 본인의 올해 연봉이 현재 최고점에 달했다면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DB형 퇴직급여를 최고 연봉을 기준으로 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DC형으로의 전환은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면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IRP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환경에서 원리금보장형으로는 충분한 연금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연금의 일정 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말로는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쉽게 동의하면서도 실적배당형을 선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 재원을 지키려는 심리도 있겠지만, 퇴직연금 운용을 낯설어하거나 귀찮아하는 것도 요인이다. 연금 및 투자 문화가 성숙된 국가들은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미국은 퇴직연금의 60.7%가 주식 및 펀드에 투자됐고 예·적금은 1.2%에 그쳤다.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도 주식 및 펀드 비중이 17.2~37.4%, 예·적금은 0.5~5.1%였다. 반면 한국은 주식 및 펀드는 7.8%에 불과했고 예·적금은 47.1%에 달했다.
미국과 한국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심층면접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생애주기별로 퇴직연금의 자산배분이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젊은 근로자들은 주식형 상품 비중이 높은 자산배분 전략을 선택해 단기적인 투자손실이 생기더라도 주식보유 수량을 늘려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 한편 중장년 근로자들은 은퇴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저위험 상품 비중을 높였다.
이에 비해 한국 근로자들은 연령이나 직업, 퇴직연금 가입연수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예·적금 선호가 압도적이었다. 퇴직연금의 자산배분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미국 근로자들이 자산배분 리밸런싱을 자주 하는 반면, 한국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가입 시 선택한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8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한 대기업을 5년간 관찰한 연구는 퇴직연금 자산배분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가 81%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회사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의 내실을 강화하거나 생애재무설계 교육을 실시,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