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얼어붙었던 LG전자 스마트폰과 관련한 투자심리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선보인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G5’가 호평을 얻으면서다. 주요 증권사들이 “G5가 휴대폰 사업 턴어라운드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호평을 쏟아내면서 LG전자 주가는 최근 1년 최고가로 치솟았다. LG전자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스마트폰 부품주까지 동반 상승하는 등 온기가 확산됐다.

◆“G5, 역대 최대 판매 예상”

LG전자는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80% 오른 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7거래일 동안 13.64% 오르면서 최근 1년 최고가(작년 4월24일 6만2300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날까지 10거래일 연속 LG전자를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19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LG전자 누적 순매수액은 1206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주눅이 들어있던 LG전자 스마트폰이 모처럼 주목받으면서 LG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판매하는 부품주들도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메탈케이스를 제조하는 아이엠텍은 이날 18.99% 급등한 1만4100원에 마감했다. 커버글라스를 만드는 육일씨엔에쓰(3.98%)와 듀얼카메라 제조사 LG이노텍(2.82%)도 동반 상승했다. 지문인식 모듈 제조사인 크루셜텍이 1.50% 올랐고 스마트폰용 연성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이녹스가 2.12% 오르는 등 관련 부품주 대부분에 ‘빨간불(주가 상승)’이 들어왔다.

LG전자를 바라보는 증권사 시선도 밝아졌다. 이번주 들어서만 대신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날 최근 1년 최고가를 찍었지만 2014년 8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여 주가가 크게 떨어진 만큼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게 증권사들의 평가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G5는 G4보다 136% 많은 1060만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전자 G시리즈 스마트폰 가운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LG전자는 올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대형 정보기술(IT)주”라고 했다.

◆“부품주 주가 차별화될 것”

이날 동반 강세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부품주에 대해선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면밀히 살펴본 뒤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제품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종목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LG전자에 납품하는 부품주와 달리 시장 선도업체인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부품주 다수는 ‘MWC 효과’를 보지 못하고 하락했다.

카메라 부품업체 자화전자는 2.48% 떨어졌고 케이스업체 KH바텍은 2.17% 빠졌다. 카메라 모듈업체 파트론도 2.53% 하락했다. 방수방진 부품업체 서원인텍(-1.34%)과 삼성전기(-0.85%)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부품주 상당수는 이미 고평가돼 있거나 성장성이 둔화된 반면 LG전자 관련주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