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껍데기 … " 야권, 어제의 동지들 '막말 혈투'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지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있다. 한솥밥을 먹으며 가깝게 지냈던 인사들이 같은 지역구를 두고 두 당에서 각각 20대 총선 공천을 신청하며 적수로 대면했다. 서로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63)과 김성주 더민주 의원(52)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전 장관이 지난 19일 전북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자 이 지역 현역인 김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정 전 장관을 “사이비 진보” “비전 없는 전북 발전의 껍데기”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장관의 보좌진으로 10년간 동고동락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장관의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직속 후배다. 정 전 장관이 1996년 덕진에서 총선에 출마할 때 선거기획팀에 참여했고 이후 덕진지구당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정 전 장관의 ‘오른팔’로 불렸다. 정 전 장관은 덕진에서 15·16·18대 의원을 지냈고, 김 의원은 정 전 장관이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19대 때 덕진에 출마해 당선됐다.

1963년생 동갑내기이자 법조인 출신인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더민주)은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송 전 시장은 이 지역에서 16~18대 때 내리 3선을 했고, 19대 때는 최 의원이 더민주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사람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했고, 최 의원이 지난달 더민주를 탈당할 때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시장은 “계양구는 민주당(더민주)의 뿌리이고 성지 같은 중심인데 여기를 탈당해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의 정치적 중심인 광주에서도 옛 동지 간 치열한 결투가 예상된다. 광주 남구에서는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64)과 강운태 전 광주시장(68)이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강 전 시장은 이 지역에서 16·18대 의원을 지냈다. 18대 의원이던 2010년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사퇴했고, 이 때문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더민주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이 장 의원이다.

행시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두 사람은 더민주를 탈당했다는 점도 닮았다. 강 전 시장은 2014년 광주시장 선거에서 더민주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강 전 시장은 현재 복당을 저울질 중이다. 19대 때 더민주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장 의원은 지난 1월 당 주류인 친노무현계에 반발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광주 북갑에서는 3선의 강기정 더민주 의원(52)에게 맞서 국민의당 소속 김유정 전 의원(47)이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18대 때 더민주 비례대표였다. 김 전 의원은 “강 의원과는 18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활동을 함께 열심히 했고 인간적으로는 좋은 관계”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탈당자들의 광주 출마에 대해 “광주를 놓고 정치적 알박기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태훈/은정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