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전화홍보원 넘기고, 개인정보 팔고…불법 선거 마케팅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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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D-53
오토콜 설치·앱 이용 정보수집 등
선거법 위반한 홍보방식 진화
1년새 불법 선거사범만 345명
19대 총선 크게 웃돌아
경찰청, 선거 상황실 3천명 투입
오토콜 설치·앱 이용 정보수집 등
선거법 위반한 홍보방식 진화
1년새 불법 선거사범만 345명
19대 총선 크게 웃돌아
경찰청, 선거 상황실 3천명 투입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 후보 OOO입니다. 저는 항상 유권자들의 편에서 일해왔습니다.”
각종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 후보자들의 음성이 녹음된 전화가 걸려온다.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건 줄 알고 놀랐다가 녹음된 내용인 걸 알고 끊는 이들이 많다. ‘오토콜’로 불리는 이 같은 후보자 선전은 불법이다. 공직선거법 제109조는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녹음된 음성을 내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불법 선거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마케팅업체는 ‘선거운동 솔루션 제공’, ‘전화홍보 대행’ 등을 내걸고 후보자들에게 접근해 불법 행위를 유도한다. 선거법에서 규정한 횟수를 교묘히 피해가며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가 하면 선거 시기를 틈타 유권자들의 개인정보를 대량 취득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선거사범, 지난 총선 때보다 크게 늘어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불법 선거사범은 345명(233건)이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 당시(4월 기준) 1년치 선거사범 315명(219건)보다 많다. 선거범죄의 특성상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불법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총선을 전후한 선거사범은 지난 총선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기자가 몇몇 대형 포털사이트에 ‘선거 마케팅’, ‘선거홍보’로 검색했더니 수십여곳의 업체가 선거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이 중 상당수는 선거법을 위반한 홍보 방식을 권장했다.
A콜센터업체에 문의했더니 콜센터 직원을 동원해 후보자 홍보를 대행하겠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콜센터 시스템 구축부터 상담원 투입까지 모두 지원 가능하다”며 “상담원은 최대 30인까지 지원해줄 수 있고 기본 비용은 1인당 하루에 5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다. 선거 캠프의 자원봉사자가 아닌 민간업체 설비와 인력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2014년 4월 지방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화홍보원 6명을 고용해 일당을 지급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선거 캠프 관계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선거사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홍보 방식도 등장했다.
B문자광고업체 측은 “선거법을 피해 하루 수만개까지 유권자들에게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선거법상 20명이 넘는 수신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선거기간을 통틀어 5회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인 이하로 끊어 보내면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C마케팅업체는 “문자메시지로 후보자의 사진 등 이미지를 보내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상관없다”며 ‘선거 맞춤형 카카오톡 메시지광고’ 상품을 내놨다.
개인정보 수집까지 선거범죄 진화
선거기간을 악용한 개인정보 수집 사례도 나타났다. 선거법상 개별 정당이 후보자의 정책 등을 홍보하기 위해 유권자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합법이다.
D광고업체는 후보자나 선거 관계자가 제3자에게 전화하면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홍보 문자가 전송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는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되는 개인정보 수집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다. 해당 업체 측은 “이를 통해 후보자가 쉽게 유권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집된 DB가 선거가 끝난 뒤 어떻게 이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을 명목으로 민간업체도 개인정보를 다수 확보해 이후 영업의 자산으로 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여러 형태로 진화하는 선거범죄를 막기 위해 3000명에 가까운 경찰력을 투입해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호별 방문을 제한하는 우리나라 선거법 특성상 문자나 전화 홍보 방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여러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거 관련 사안에 실시간으로 적법성을 따지고 수사하는 체계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각종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 후보자들의 음성이 녹음된 전화가 걸려온다.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건 줄 알고 놀랐다가 녹음된 내용인 걸 알고 끊는 이들이 많다. ‘오토콜’로 불리는 이 같은 후보자 선전은 불법이다. 공직선거법 제109조는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녹음된 음성을 내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불법 선거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마케팅업체는 ‘선거운동 솔루션 제공’, ‘전화홍보 대행’ 등을 내걸고 후보자들에게 접근해 불법 행위를 유도한다. 선거법에서 규정한 횟수를 교묘히 피해가며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가 하면 선거 시기를 틈타 유권자들의 개인정보를 대량 취득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선거사범, 지난 총선 때보다 크게 늘어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불법 선거사범은 345명(233건)이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 당시(4월 기준) 1년치 선거사범 315명(219건)보다 많다. 선거범죄의 특성상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불법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총선을 전후한 선거사범은 지난 총선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기자가 몇몇 대형 포털사이트에 ‘선거 마케팅’, ‘선거홍보’로 검색했더니 수십여곳의 업체가 선거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이 중 상당수는 선거법을 위반한 홍보 방식을 권장했다.
A콜센터업체에 문의했더니 콜센터 직원을 동원해 후보자 홍보를 대행하겠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콜센터 시스템 구축부터 상담원 투입까지 모두 지원 가능하다”며 “상담원은 최대 30인까지 지원해줄 수 있고 기본 비용은 1인당 하루에 5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다. 선거 캠프의 자원봉사자가 아닌 민간업체 설비와 인력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2014년 4월 지방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화홍보원 6명을 고용해 일당을 지급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선거 캠프 관계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선거사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홍보 방식도 등장했다.
B문자광고업체 측은 “선거법을 피해 하루 수만개까지 유권자들에게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선거법상 20명이 넘는 수신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선거기간을 통틀어 5회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인 이하로 끊어 보내면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C마케팅업체는 “문자메시지로 후보자의 사진 등 이미지를 보내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상관없다”며 ‘선거 맞춤형 카카오톡 메시지광고’ 상품을 내놨다.
개인정보 수집까지 선거범죄 진화
선거기간을 악용한 개인정보 수집 사례도 나타났다. 선거법상 개별 정당이 후보자의 정책 등을 홍보하기 위해 유권자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합법이다.
D광고업체는 후보자나 선거 관계자가 제3자에게 전화하면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홍보 문자가 전송되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는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되는 개인정보 수집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다. 해당 업체 측은 “이를 통해 후보자가 쉽게 유권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집된 DB가 선거가 끝난 뒤 어떻게 이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을 명목으로 민간업체도 개인정보를 다수 확보해 이후 영업의 자산으로 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여러 형태로 진화하는 선거범죄를 막기 위해 3000명에 가까운 경찰력을 투입해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호별 방문을 제한하는 우리나라 선거법 특성상 문자나 전화 홍보 방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여러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거 관련 사안에 실시간으로 적법성을 따지고 수사하는 체계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