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요구도 정면으로 거부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2월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너디노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테러사건 용의자 사이드 파룩이 쓰던 애플 아이폰5C의 잠금화면 비밀번호를 풀지 못 해 애를 먹고 있다.
FBI는 모든 숫자 조합을 넣는 방법으로 비밀번호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새 보안체계는 다섯 번 암호를 틀리면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번 틀리면 1시간을 기다려야 재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용자가 선택할 경우 10번 틀리면 자료가 모두 삭제되게 할 수도 있다.
암호 인식에 12분의 1초가 걸리도록 해 다양한 암호를 무작위로 시도하는 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크게 늘렸다. 워싱턴포스트는 6자리 암호를 숫자로 시도해보는 데만 5년6개월, 영어 대·소문자와 숫자를 섞어 시도하려면 입력에만 144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FBI는 아이폰의 비밀번호 없이도 강제로 정보를 꺼낼 수 있는 우회경로(백도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적어도 틀린 암호를 입력했을 때 다음 입력까지 기다리는 시간과 10번 틀렸을 때 정보가 삭제되는 기능을 무력화해 달라고 애플에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국 연방법원은 애플에 “합리적인 기술적 조력을 FBI에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17일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서 연방법원 판결이 “도를 넘은 미국 정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제작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이는 사생활 보호와 보안 원칙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미국 대통령선거 쟁점으로도 비화할 전망이다. 당장 공화당 유력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나는 법원의 결정을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