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역사·문화 통합한 게 건축예술"
멀리서 보면 산 능선 위에 얹힌 곡선형의 성곽 같은데 가까이 가면 평평한 제단 모양으로 드러난다. 진입로 다리 앞에선 좌우 대칭의 미술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원로 건축가 김태수 씨(80)가 설계해 1986년 완공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다. 18일 미술관을 찾은 김씨는 “동선에 따라 예상치 않았던 공간을 볼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5전시실에서 19일 개막하는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김태수’전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과천관으로 이전한 지 3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첫 번째 특별전이다.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보여주는 6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건물 설계도와 모형, 사진자료, 영상 인터뷰와 논문 등 자료 270여점이 나왔다.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했던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작업에선 서양건축 형식에 한국의 정서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미국 뉴잉글랜드지역의 미들버리초등학교가 그 예다. 간결한 선으로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작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92~2005년 작품으로는 LG화학기술연구원과 금호미술관, 주미 튀니지대사관(사진) 등이 소개된다. 2005년 이후 최근 작업에는 건물 선의 흐름을 변주해 운율감을 주는 것이 많다. 직선과 사선을 자유롭게 활용한 블룸필드유치원 등이다.

김씨는 “건축은 그 지역의 땅과 역사, 문화를 찾고 통합해내는 것”이라며 “합리성과 단순함, 간결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는 6월6일까지. (031)2188-065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