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포기한 말기 환자, 한국서 새 삶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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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 "수술해 달라" 요청 받고 15시간 대수술 성공
생체간이식 세계 최고 인정
'의사 13명이 손 바꿔가며 수술
1년에 100명 이상 한국서 연수
생체간이식 세계 최고 인정
'의사 13명이 손 바꿔가며 수술
1년에 100명 이상 한국서 연수
작년 8월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의 이승규 교수와 정동환 교수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말기 간경화로 5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하자즈 샬롬 씨(69)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글로벌 병원 10곳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암 치료와 장기이식 수술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최고 병원이 “수술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환자 상태는 심각했다. 간만 문제가 아니었다. 배에 복수가 찬 데다 인공 심장박동기도 달고 있었다. 현지 의료진은 “서울아산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고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생체간이식수술(산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술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기에는 환자 상태가 심각했다. 이승규 교수는 “수술 전 이스라엘 의료진과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고 CT(컴퓨터단층촬영)와 검사기록 등을 검토했다”며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들 하자즈 리오 씨(39)는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떼 주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은 수라스키병원의 이도 내쉬매니 교수는 두 병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달 1월29일 수술이 시작됐다. 부자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정동환 교수는 “수술을 위해 배를 열고 확인한 샬롬 씨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했다.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잘 흘러가지 않았다. 이식한 간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스텐트(가는 철망)를 넣어 혈관을 넓혔다. 이전 수술 때문에 들러붙어 있던 장기도 떼내야 했다.
15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의사 14명이 손을 바꿔가며 수술했다. 의료진만 30여명이 투입됐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 의료진이 믿고 환자를 부탁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신중하게 수술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보통 8~10시간 정도면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환자가 당뇨를 앓고 있는 데다 이전에 대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 상당히 어려웠다”고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1주일 뒤인 지난 5일 샬롬 씨와 리오 씨는 의료진에 감사편지를 건네며 눈물을 흘렸다. 샬롬 씨는 “이스라엘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최고 병원이라고 추천했다”며 “수술 요청에 응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는 이달 15일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의료강국 이스라엘에 있는 최고의 병원에서도 자신없어했던 수술을 아산병원 의료진이 완벽히 해낸 것이다.
정 교수는 “생체 간 이식을 배우기 위해 1년에 100명 이상의 외국 의사가 한국을 찾는다”며 “지금도 미국 간이식 의료진 4명이 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텔아비브 수라스키병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글로벌 병원 10곳 중 하나로 선정한 곳이다. 암 치료와 장기이식 수술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최고 병원이 “수술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환자 상태는 심각했다. 간만 문제가 아니었다. 배에 복수가 찬 데다 인공 심장박동기도 달고 있었다. 현지 의료진은 “서울아산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고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생체간이식수술(산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술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기에는 환자 상태가 심각했다. 이승규 교수는 “수술 전 이스라엘 의료진과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고 CT(컴퓨터단층촬영)와 검사기록 등을 검토했다”며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들 하자즈 리오 씨(39)는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떼 주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은 수라스키병원의 이도 내쉬매니 교수는 두 병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달 1월29일 수술이 시작됐다. 부자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정동환 교수는 “수술을 위해 배를 열고 확인한 샬롬 씨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했다.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잘 흘러가지 않았다. 이식한 간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스텐트(가는 철망)를 넣어 혈관을 넓혔다. 이전 수술 때문에 들러붙어 있던 장기도 떼내야 했다.
15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의사 14명이 손을 바꿔가며 수술했다. 의료진만 30여명이 투입됐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 의료진이 믿고 환자를 부탁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신중하게 수술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보통 8~10시간 정도면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환자가 당뇨를 앓고 있는 데다 이전에 대장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 상당히 어려웠다”고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1주일 뒤인 지난 5일 샬롬 씨와 리오 씨는 의료진에 감사편지를 건네며 눈물을 흘렸다. 샬롬 씨는 “이스라엘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최고 병원이라고 추천했다”며 “수술 요청에 응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는 이달 15일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의료강국 이스라엘에 있는 최고의 병원에서도 자신없어했던 수술을 아산병원 의료진이 완벽히 해낸 것이다.
정 교수는 “생체 간 이식을 배우기 위해 1년에 100명 이상의 외국 의사가 한국을 찾는다”며 “지금도 미국 간이식 의료진 4명이 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