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직업 세계 변화시키는 '온라인 인재 플랫폼'
인터넷을 통해 구인 기업과 구직자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인재 플랫폼이 최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구인구직 사이트는 주로 기업들이 일자리 공고를 내고 구직자들이 이를 보고 입사 지원을 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인기를 얻는 업워크, 드리블 같은 프리랜서 사이트에서는 프리랜서들이 이력서를 올리면, 기업들이 원격근무나 프로젝트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채용한다. 링크드인 같은 인맥 사이트도 기업들이 이력서를 검색해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는 구인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우버, 태스크래빗 같이 수요자에게 즉각적으로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플랫폼들은 운전, 배달, 수리 등 일회성 작업이 거래되는 인터넷 노동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저성장기라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나마 소소한 일감이라도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이용하는 구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업워크닷컴만 해도 970만명의 웹·모바일 개발자, 디자이너, 작가 등이 활동 중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터넷 인재 플랫폼을 활용하는 인력은 2013년 4400만명에서 2016년 1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요즘에는 고기량, 전문직 업무도 온라인 인재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클래러파이는 경영·창업 전문가를, 엑스퍼파이는 석사급 빅데이터 분석가를 기업과 연결해 준다. 또한 액시옴로는 기업 사내 변호사의 파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인력 탐색의 시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이에 따라 서구 기업들의 채용 방식도 변하고 있다. 수동적이고 시간,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인 낚시형 채용 대신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사냥형 채용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인사관리 대행 회사 아데코의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채용 과정에서 활용하는 기업은 이미 73%에 달한다. 구글, 인텔, 페이스북 등은 종종 소셜 미디어를 검색, 분석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재 후보를 찾고, 채용 응모를 요청하기도 한다. 스마트 리쿠르팅 기술에 특화한 스타트업도 나타나고 있다. 길드(Gild)라는 스타트업은 링크드인 같은 SNS에서 이력서, 프로젝트 이력을 분석해 분야별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이들이 실직했거나 구직 의향을 가질 때를 포착해 구인 희망 기업에 통보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은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원격 협업 기술과 온라인 인재 플랫폼을 활용해 비전통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예컨대 재택 근무자나 프리랜서, 퇴직자들을 프로젝트나 파트타임 형태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규모의 경제 대신 연결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오피스, 공장, 연구실이 없는 기업들도 나타날 것이다. 이미 미국의 ‘페로킨바이오사이언스’는 대형 사무실과 실험실 없이도 신약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정직원 12명 중 7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실험실 작업은 60개 외부 전문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아웃소싱하는 식이었다.

온라인 인재 플랫폼 확산과 고용 형태의 다양화는 직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향후 일자리 기회가 더욱 다양하고, 유연하고, 넓어질 수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Y세대 직업인에게 일하는 방식, 시간,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일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인재 플랫폼에는 국경이 없기에 한국에 살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일감을 위탁받아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좋은 일자리 감소, 직업 생활의 불안정성 증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안정적 고용과 괜찮은 수입’을 보장했던 좋은 일자리의 소멸은 사회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

향후 직업 세계에서 나타날 지각 변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업인들은 자기 스스로를 단순한 피고용자가 아니라 1인 기업이라 생각하고 기량과 경험을 끊임없이 쌓아가야 할 것이다.

나준호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