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PC+모바일 하이브리드', 넷마블은 '모바일 올인'
엔씨, 기존 대표작 모바일 버전으로 승부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빅3'의 작년 실적을 보면 업계 대세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다.

모바일 게임 전략을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 실적의 희비가 엇갈렸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듯 다른 전술을 펼치고 있어 흥미롭다.

가장 돋보인 쪽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넷마블게임즈(넷마블)다.

넷마블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86%나 증가한 1조729억원.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게임사가 됐다.

넷마블의 성공신화는 '모바일 올인' 전략 덕이었다.

CJ그룹에서 독립한 넷마블은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했다.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처럼 기댈 언덕(대표 PC온라인 게임)이 없어 벼랑 끝 전술을 펼쳤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모두의 마블' '레이븐'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 등 히트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업계 1위 넥슨 역시 기민하게 행동했다.

넷마블은 물론 컴투스, 게임빌, 4:33 등 강소 경쟁자들이 뿜어내는 모바일의 힘을 예의주시했고 즉각 반응했다.

이는 작년 사업 성적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넥슨이 지난 10일 발표한 실적자료를 보면 연매출의 22%는 모바일에서 나왔다.

2~3년 전만 해도 10% 후반에 그치던 모바일 매출 비중이 금세 20%대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상 넷마블처럼 모바일 올인 전략을 펼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안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작년 11월 출시한 모바일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히트(HIT)가 대박 수준의 흥행에 성공한 것도 큰 성과다.

넥슨은 앞으로도 기본 사업 뼈대는 PC온라인으로 가져가되 모바일 대작을 간간이 곁들이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던 엔씨소프트(엔씨)는 모바일 대응이 지지부진하면서 결과적으로 '덩치 기준'으로 넷마블에 2위를 내주는 신세가 됐다.

11일 엔씨가 공시한 작년 실적자료를 보면 작년 매출액은 8천383억원으로 넷마블게임즈(1조729억원)보다 2천억원 넘게 뒤졌다.

역대 최대 성적을 올린 재작년(8천38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영업이익을 포함해 전체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선 마케팅비, 인건비, 프로야구단 운영비 등 변수는 많았지만 무엇보다 뒤늦은 모바일 사업이 꼽힌다.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는 작년 초부터 '모바일 엔씨'를 주창했지만 1년 내내 모바일 게임을 하나도 선보이지 못했다.

엔씨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를 엔씨의 모바일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는데 엔씨의 모바일 전략은 넷마블이나 넥슨과는 사뭇 다르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사 IP(지적재산권)이자 PC온라인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와 블레이드&소울(블소)의 모바일 버전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엔씨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두 게임은 작년에도 튼튼한 성적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해냈다.

3천750억원이 리니지 시리즈에서 나왔고 블소는 전년 대비 매출이 35%나 오르면서 1천억원을 넘겼다.

충성고객층이 탄탄한 만큼 리니지와 블소의 모바일 버전은 기존 브랜드 후광을 입고 유저들의 초반 진입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게 엔씨의 판단이다.

자사 IP인 만큼 거액의 로열티를 개발사에 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넷마블이 마블사와 제휴를 맺고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로 초반 인기몰이에는 성공했으나 거액의 로열티가 아쉬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이점이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존 PC버전 고객들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잠식 효과) 등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자사 IP 활용 전략이 결과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에 사실상 자사의 첫 모바일 게임인 '블소 모바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프로젝트 RK'로 불리는 '리니지 레드나이츠'(프로젝트 RK)도 조만간 출시,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드라이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