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38)는 설날(8일)에 고향인 경북 경주에 내려갔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비교적 차량이 적은 2차선 국도에서 규정 속도로 차를 몰고 있었는데 뒤 차량이 바짝 따라붙으며 계속 경적을 울려댄 것이다. 이씨는 “규정 속도를 어기고 더 빨리 가라고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친척 어른들도 타고 계신 상황에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대방 운전자가 위협을 느꼈다고 생각할 정도의 난폭운전은 형사처벌받는다. 6만~7만원 정도의 단순 범칙금에 그쳤던 난폭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12일부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대폭 강화된다. 경찰청은 난폭운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11일 발표했다. 경찰청은 또 난폭운전으로 형사입건된 사람에게 벌점 40점을 부과해 최소 40일 이상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고, 구속되면 면허를 취소하기로 했다.
난폭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항목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과속 △횡단·유턴·후진 위반 △진로변경 위반 △급제동 △앞지르기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음 발생 등 아홉 가지다. 해당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거나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저지르면 난폭운전으로 분류된다. 보복운전에 대해서는 이미 형사처벌을 하고 있으며 오는 7월부터는 처벌 수준이 대폭 강화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느끼게 했느냐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대 운전자가 위협을 느꼈다면 기준속도보다 시속 1㎞만 빠르게 차량을 운행해도 난폭운전으로 분류돼 처벌받는다. 하지만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같은 속도 위반이라도 기존과 같이 기준속도 초과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범칙금을 부과받는다. 뒤따라오는 차량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것으로 보이는 진로 변경과 교량 등 추월 금지구간에서 앞지르기를 하는 것도 다른 난폭운전 행위와 중복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급출발·급가속으로 다른 차량에 피해를 주거나 불필요한 공회전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경우, 경음기를 반복해 울리는 행위도 여러 차례 반복되면 형사 입건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횟수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다른 운전자가 위협을 느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와 처벌은 경찰 단속보다는 피해자의 신고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경찰 관계자는 “난폭·보복운전 신고가 들어오거나 교통경찰관이 현장에서 단속하면 교통범죄수사팀에서 신속하게 블랙박스 동영상이나 목격자를 확보해 적극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며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진술조서 작성 시 가명 조서를 활용하고, 신고자의 인적 사항을 비밀로 하는 등 신변 보호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초기인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난폭·보복운전을 집중 단속·수사하기로 했다.

긴급자동차 등에 양보하지 않는 차량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소방차와 구급차 등의 출동 과정에 양보나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한 범칙금이 현행 4만원에서 6만원으로, 과태료는 현행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오른다. 견인차 등이 고속도로 등에서 고의로 역주행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7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던 처벌이 1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구류 처분으로 강화됐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