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하루라도 늦잠을 잘 걸 그랬어. 대청소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네. 여행을 하루 줄이는 게 나았을까? 다음 휴일엔 뭐하지?’

사람들은 연휴와 휴가의 마지막 날쯤 되면 ‘시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무엇을 했든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다. 하지만 이런 시간에 대한 생각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내 사라진다. 업무와 일과가 하루를 지배하고, 자신의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는 일은 사치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할 시간에 당장의 업무를 하나라도 더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저명한 미국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짐바르도는 존 보이드와 함께 쓴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에서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고 시간을 잘 활용하는 법을 알아야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15개국에서 30년간 수만명의 삶을 관찰한 뒤 시간이 어떻게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지 담아냈다.

짐바르도는 경제학 이론을 근거로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전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자원은 희귀하고 사용처가 많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며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으로 주어지고 어떻게든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은 다른 자원의 가치도 좌우한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나머지 자원의 가치도 사라진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돈을 쓸 시간이 없다면 돈을 번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을 현명하게 쓸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사람들은 돈을 쓸 때 이리저리 손익을 따지면서 시간은 그렇게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간은 저축할 수 없다. 알뜰히 쓰든, 아니든 흘러가기 마련이라 중요성을 놓치기 쉽다. 시간을 쓸 때는 기회비용이 따르지만 이 비용이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당연시한다.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던 탓도 있다. 저자는 “사람이 자유로이 원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인류의 긴 역사에서 극히 짧다”며 “현대인은 시간을 보는 관점인 ‘시간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시간관은 행동의 원칙이자 삶을 다루는 태도다.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고, 욕구와 자원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쓰는 것이 시간관 정립의 목표다. 일을 계속할 것인지 잠깐 휴식을 취할 것인지, 집에 가기 전 친구들과 한잔 더 할 건지 말 건지 등 순간마다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시간관에 포함된다.

저자는 “사람들은 각자 행동과 생각에서 주로 쓰는 시간대가 있다”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대를 기준으로 한 시간관의 여섯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과거 시간관’을 지닌 사람은 예전에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내린 선택과 결과를 회상해 이를 기준으로 행동한다. 긍정적 과거 시간관의 사람은 ‘좋았던 옛 시절’, 부정적 과거 시간관의 사람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현재 시간관’을 쓰는 사람은 지금의 기분과 상황, 환경을 중시한다. 이들은 쾌락적이거나 숙명론적이다. 전자는 당장의 즐거움과 감각적 충만함을 추구한다. 후자는 운명을 믿는다. 무슨 일을 하든 삶은 특정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해 현재에 집중한다.

‘미래 시간관’을 쓰는 사람은 행동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예상해 선택을 내린다. 일정 기간 후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중시하는 유형과 자신이 사망한 뒤의 영적 삶을 중시하는 초월적 유형으로 분류된다.

똑같은 행동에도 시간관에 따라 이유가 다르다. ‘현재 시간관’의 사람은 휴식을 즐기기 위해 휴가 때 늦잠을 자고, ‘미래 시간관’을 쓰는 사람은 휴가가 끝난 뒤 활기찬 일상을 보내기 위한 재충전을 위해 늦잠을 잔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정답은 없다. 저자는 “각자 자주 쓰는 시간관을 파악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정 시간대에 갇혀 생각하는 것은 퇴직금을 하나의 주식에 모조리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미래 지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건강관리에 힘쓰고 성공을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나치면 개인적인 즐거움은 뒷전에 놓고 성공하더라도 외롭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도 있다.

저자는 “모두 각자 인생의 시간 투자 설계사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간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고 교정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에 대해 건강한 태도를 지니고, 미래를 고려하면서도 마음은 반드시 현재 순간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말처럼 들리지만 일상에서 작은 시도로 시작할 수 있다. 매일 잠시라도 음악을 감상하거나 산책하는 등 자신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실천 방법 중 하나다.

저자는 “행복한 시간을 내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시간을 어디서 빼낼지 결정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1년에 2주뿐인 휴가가 시작되고 나서야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지 말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