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로 문여는 대형마트, 개점 일정기간 늦춰라"…'박원순표 경제민주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오는 11일 비정규직과 임차인, 전통시장 등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 10개 과제를 발표한다. 박 시장이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고 시장경제와 상충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상황에서 박 시장이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독] "새로 문여는 대형마트, 개점 일정기간 늦춰라"…'박원순표 경제민주화'
서울시가 마련한 경제민주화 10개 과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공정한 임대제도 정착 등이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시민·세대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서울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6000여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간접고용 근로자는 청소·경비·시설물 관리 등 단순노무 용역을 맡아 민간 용역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다. 이와 함께 시는 기존 최저임금보다 20~30%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생활임금제도를 민간 기업에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시가 발주하는 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생활임금제 도입을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와 함께 대기업 신규 점포 출점 시 일정 기간 사업의 운영 및 개시를 늦추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의무휴업일인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외에도 일정 기간 영업 중단을 하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규 복합 쇼핑몰에는 인근 지역의 영세 상인을 입주시키도록 업체를 설득할 방침이다.

박 시장의 측근 그룹이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경제민주화 10대 과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과제는 대부분 법적인 강제수단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권고하는 방식이다. 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이 인허가 및 주요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제 수단이라는 게 시 안팎의 시각이다. 박 시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 무너질 일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시가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과제를 내놓는 것을 놓고도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11일에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도 이달 초에야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경제민주화라는 야권의 중요한 화두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세부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 취합이 늦어졌을 뿐”이라며 “총선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