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철 연진INC 대표가 서울 공릉동 본사에서 테이프 절단기 ‘텐도’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오용철 연진INC 대표가 서울 공릉동 본사에서 테이프 절단기 ‘텐도’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2012년 어느 날, 컴퓨터용품 판매업체에서 일하던 오용철 씨는 사내에서 포장 업무를 하던 동료를 도와주게 됐다. 상자에 제품을 담고 테이프를 붙여야 했다. 그런데 테이프 절단기를 계속 쓰다 보니 손목이 아팠다. 테이프를 자르려면 손목에 힘을 잔뜩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손에 무리가 안 가는 제품을 검색해봤지만 찾기 어려웠다.

문득 20여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는 대학시절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 이때도 포장 업무를 하면서 테이프 절단기를 썼는데 일을 마치고 나면 손목이 많이 아팠다.

2년 후 그는 연진INC를 설립,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테이프 절단기 텐도를 선보였다. 오용철 연진INC 대표는 “최근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포장 업무를 하는 작업자도 급증하고 있다”며 “제품을 내놓은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쇼핑몰, 우체국, 택배업체 등 60여곳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날 두께 기존 제품의 두 배

오 대표는 텐도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쓸 때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를 분석했다. 칼날 때문이었다. 칼날이 일자로 돼 있어 테이프를 자르려면 손목을 살짝 들고 돌려야 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칼날을 경사지게 제작했다. 텐도의 칼날 각도는 10도. 오 대표는 “일자가 아니기 때문에 손목을 꺾지 않아도 손쉽게 테이프를 절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았다. 칼날이 쉽게 무뎌지지 않게 칼날의 두께를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하는 6.5㎜로 만들었다.

왼손잡이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 대표는 “손잡이에 작은 막대기 하나를 넣었는데 이 막대기만 좌우로 움직이면 본인이 주로 쓰는 손에 맞게 절단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손잡이 부분을 고무로 감싸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잡을 때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판매량은 6000대를 넘어섰다.

◆국제 발명대회에서 수상

텐도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오 대표는 이 제품으로 국제 3대 발명대회로 손꼽히는 미국 피츠버그 발명대회와 독일 국제아이디어 발명대회에서 각각 금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아마존,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포장 업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좋은 성적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달엔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텐도는 1만33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을 5000원대까지 낮춘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그는 “원가를 대폭 낮춰 5000원대의 제품을 곧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도어캡-윈도우벨 (031)505-3240 △연진INC-테이프절단기 ‘텐도’ (02)6258-5588 △창성실리콘-실리콘파워락 (02)869-0123 △코휠-저진동, 저소음 비공기압 바퀴 (032)765-7737


김희경 기자/신혜진 인턴기자(연세대 4년)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