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늘을 우리가 잊을 수 있을까?'
노스웨스트 준주 옐로나이프
연 240일 이상 오로라 볼 수 있어
청명한 날씨에 시야 탁 트인 평원
스노모빌·개썰매·얼음낚시는 덤
뜨끈한 온천서 밤하늘 보며 '신의 붓놀림'에 감탄
곰·순록·늑대…야생동물이 눈앞에
타키니 야외온천 즐기며 오로라 감상
양조장서 갓 뽑아낸 맥주 '벌컥벌컥~'
신이 하늘을 캔버스로 삼아 그리는 거대한 빛의 쇼.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의 대기와 만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북극과 남극 모두에서 발생하지만, 지구 북반구인 위도 60~80도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빛이 약할 때는 하얗게 보이지만, 강할 때는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자연현상이다 보니 반드시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애써 여행을 떠났다가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관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오로라 관측의 ‘결정판’으로 불리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노스웨스트 준주(準州)의 옐로나이프(Yellowknife)다. 1700년대 이주해 온 ‘옐로나이프 덴’이라는 인디언 부족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관측의 최적지인 까닭은 여러 가지다.우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옐로나이프를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인정했다. 연 240회 이상 오로라 관측이 가능하며, 3박을 체류하면 한 번이라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5%에 이른다. 이 정도면 못 보는 것이 더 어렵다.
오로라가 1년 내내 발생하는 지역을 오로라 오발(oval)이라고 한다. 남·북위 62도 부근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로라 오발 지역은 접근이 어렵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러나 옐로나이프는 오로라 오발지역 내에 있으면서도 정기 항공편을 이용해 갈 수 있어 이동이 쉽다. 캐나다의 관문인 밴쿠버로 이동한 뒤 국내선을 이용해 캘거리 또는 에드먼턴을 경유하면 된다.
원주민 천막에서 오로라 헌팅을
오로라 관측의 중요 변수 중 하나가 날씨다. 아무리 오로라가 자주 나타나도 빛이나 구름과 같은 장애 요소가 하늘을 가리면 볼 수 없다. 눈이나 비가 와도 못 본다. 하지만 옐로나이프는 평균적으로 다른 관측지에 비해 날씨가 청명하다. 낮보다 밤이 더 맑아서 오로라 관측에 적합한 기상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무리 오로라가 잘 보이더라도 지상의 사물이 시야를 가린다면 감동이 반감될 것이다. 옐로나이프는 주변 1000㎞에 산맥이 없는 넓은 평원이다. 탁 트인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맬 것 없이 너른 공간에서 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오로라만을 위한 특별 시설도 마련돼 있다. 옐로나이프 도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오로라빌리지(auroratour.com)가 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추위와 싸우는 동시에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로라빌리지에서의 기다림은 낭만이 된다. 이곳에는 티피(Tepee)라 불리는 원뿔형의 북미 원주민 전통의 천막이 있다. 2~4인용부터 최대 40명까지 수용하는 시설로 총 21개가 있다.
옐로나이프는 평균 기온이 영하 20도이며,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를 밑돌지만 딱히 준비할 것은 없다. 방한 바지, 방한 장갑, 방한 부츠 등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의 불편함도 없다. 겨울 체험활동의 천국 속으로
오로라 투어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 이후가 돼서야 시작된다. 오로라를 볼 수 없는 낮에는 시내 관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옐로나이프는 작지만 알차다. 주 정부와 의회, 북극지방 관광객 센터, 쇼핑몰, 레스토랑, 금광, 선주민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또한 개썰매 경주대회의 챔피언 개들과 어린 새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사육장도 눈길을 끈다.
추운 지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겨울 체험활동도 많다. 스릴 만점의 스노모빌, 개썰매, 극지방 얼음낚시 등은 강추위도 잊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오로라빌리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개썰매 체험은 무척 독특하다. 눈이 쌓인 숲 속과 언 호수 위를 개썰매 조종수와 함께 호쾌하게 달리는 체험이다. 귀여운 개들이 힘차게 달리며 내뿜는 거친 숨소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인기 만점이다. 또한 전문가의 강의를 들은 뒤 직접 썰매 개를 몰고 4㎞ 정도의 코스를 돌아볼 수도 있다.
밤이 되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오로라 관광이 시작된다. 오로라가 나타나면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필수다. 숙련된 전문가가 촬영 서비스를 해 주기 때문에 남들이 감탄할 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진에 자신이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려한 색과 움직임이 특징인 오로라 사진 촬영법에 대한 팁도 알려주니 일석이조. 게다가 오로라빌리지에선 극지방의 특별한 야식을 무료로 만들어 준다. 온천에서 감상하는 황홀한 빛의 커튼
유콘 준주의 화이트호스(city.whitehorse.yk.ca) 역시 황홀한 오로라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알래스카 국경과 마주 보고 있는 화이트호스는 앨버타의 캐나디안 로키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고 있으며 옐로나이프와 더불어 캐나다의 2대 오로라 관측지로 꼽힌다.
화려한 빛의 장막이 넘실대는 겨울이면 인구 2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유콘의 화이트호스에서 보는 오로라는 산봉우리와 함께한다. 눈 쌓인 산들과 그 기슭에 굽이굽이 은빛의 유콘 강이 오로라와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유콘의 겨울 평균 기온은 20~40도로 매우 혹독하다. 하지만 추위를 잊은 채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화이트호스 시내에서 약 28㎞ 떨어진 타키니 야외 온천(takhinihotsprings.com)은 방문객이 유콘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100년 넘게 운영 중인 이곳은 오로라 관찰에 방해되는 빛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로라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온천수 온도는 평균 36~42도를 유지한다. 천연 미네랄이 풍부해서 건강에도 좋다.
뜨끈한 자연 광천수에 몸을 담그고 신비로운 빛의 쇼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축복 중 하나다. 온천수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어붙어 눈꽃을 만드는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야생의 모습과 시원한 맥주까지
화이트호스가 있는 유콘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콘은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훨씬 많이 사는 곳이다.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yukonwildlife.ca)에는 넓이 2.8㎢의 광대한 대지에 곰, 무스, 순록, 늑대 등 10여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곳을 즐기는 방법은 워킹투어와 버스투어 두 가지다. 워킹 투어는 연중 내내 운영되며 방문객은 워킹루트를 따라가며 야생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2.5㎞ 코스와 5㎞ 코스가 있으며 자신에게 알맞은 거리를 선택하면 된다. 방문자들의 편의를 위해 곳곳에 화장실과 탁자, 의자 등이 준비돼 있다. 5㎞ 거리의 버스투어는 다양한 포유류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야생동물이 나오면 내려서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75~90분 정도 걸리고 안내는 영어로만 해준다. 화이트호스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개썰매 투어다. 반나절 체험 프로그램도 있지만 원한다면 5일 이상 개썰매를 타고 얼어붙은 호수나 설원을 달릴 수도 있다. 이동 중에 개 숙소가 있는 롯지(간이숙박소)에 머물거나, 북쪽을 향해 계속 움직이며 캠핑할 수도 있다.
가슴 속까지 서늘하게 하는 맥주도 매력적이다. 화이트호스 시내에는 유콘 브루어링(Yukon Brewing)이 있는데 겨울에 방문하면 양조장 투어를 할 수 있다. 생산 중인 신선한 맥주를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 기회다. 와인 시음을 하듯 작은 컵에 다양한 맥주를 담아준다. 풍부한 맛과 향기가 깃든 유콘 맥주를 음미해볼 수 있으니 놓치면 아쉽다. 이곳에서 생산된 맥주는 캐나다 곳곳으로 공급될 뿐만 아니라 맥주의 본고장 독일까지 수출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2 Copper Rd. Whitehorse, YT TIA2Z6
Tip
준비할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오로라 여행.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우선 여행사를 통해 상담해 보자. 국내 다수의 여행사에서 캐나다 오로라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내일투어(02-6262-5959), 레드캡투어(02-2001-4737), 롯데관광(02-2075-3191), 모두투어(1544-5252), 세계로여행사(02-2179-2522), 온라인투어(02-3705-8194), 인터파크투어(02-3479-6405), 참좋은여행(02-2188-4074), 투어2000(02-2021-2060), 하나투어(02-2127-1202), 한진관광(02-726-5805), KRT(02-2124-5534)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