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화백 "잘 숙성된 와인은 혼 울리는 예술"
“와인 맛을 모르던 고등학생 때부터 와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하루도 와인 없이는 식사할 수 없을 정도예요. 와인은 땅의 힘으로 오래 겹겹이 쌓인 힘을 지혜와 시간을 곁들여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로 승화시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80·사진 왼쪽)의 그림이 프랑스 고급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에 실렸다. 이 화백은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 와인의 라벨 공개회에 참석해 “라벨을 그리게 돼 대단히 즐겁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숙성된 와인에는 혼을 울리는 부분이 있는데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1944년부터 해마다 다른 화가를 선정해 라벨에 들어갈 작품을 의뢰했다.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 후안 미로, 바실리 칸딘스키, 앤디 워홀 등 거장의 작품이 라벨에 실렸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선 한국 작가로는 처음 작품이 실린 이 화백의 원화가 소개됐다. 자주색이 점점 풍부하게 색감을 이뤄가는 작품이다. 이 화백은 “고귀한 부인이 가진 화려하고도 향기로운 느낌을 이미지로 그려봤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샤또 무똥 로칠드의 소유주 줄리앙 드 보마르셰 드 로칠드는 “파리 베르사유 전시에서 본 이 화백의 작품에 감명받아 작품을 의뢰했다”며 “와인을 향한 그의 애정은 거의 와인 메이커 수준”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 화백은 최근의 위작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그 건에 대해선 일절 답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