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바둑사 의미있는 이벤트"
구글 "강력한 기능…이길 것"
이 9단은 이날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국은 인간과 컴퓨터가 동등한 환경에서 겨루는 첫 대국”이라며 “컴퓨터와 겨룰 수 있는 특혜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기원한 바둑은 최근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영역이다. 사람과 컴퓨터 프로그램이 바둑을 두는 대회는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 발전 단계를 점검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체스에서는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이던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것과 달리 바둑은 수읽기가 복잡해 컴퓨터가 인간을 영영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행마가 정해져 있지 않고 가로줄과 세로줄이 만나는 점이 361개여서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컴퓨터 바둑게임은 아마추어 수준으로 프로기사를 능가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실버와 데미스 해서비스 등 구글 연구진은 바둑게임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했다. 연구진은 바둑판의 격자점에서 바둑알들의 역할을 평가하는 ‘가치 네트워크’라는 분석 기술을 이용했다. 더 많은 집을 차지하려면 어디에 바둑알을 놓아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정책 네트워크’라는 분석 방법도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스스로 배우는 기계 학습을 통해 바둑 고수의 조언을 받고 다른 바둑게임을 상대로 대국을 치르며 기량을 키웠다. 이렇게 개발한 프로그램은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의 전적에서 99.8% 승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유럽 최고 바둑 챔피언인 중국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의 다섯 차례 대국에서 완승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프로 기사를 완전히 누른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영국바둑협회는 이날 알파고 프로그램은 진일보한 인공지능 연구 성과라고 평가한 뒤 다음 상대는 한국의 이 9단이라고 발표했다. 이 9단은 최근 10년간 세계 최고 바둑기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9단은 “이번 대국은 결과에 상관 없이 바둑사에서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점점 더 강해지고 있지만 이번 대국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바둑계는 이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대국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 9단과 구글 인공지능 대국은 바둑계의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이 9단이 그동안 인공지능과 대국을 치른 점이 없어 구글 알파고가 초반에 1~2국을 이길 수도 있지만 이 9단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