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국내 경제가 0.6%(전기 대비) 성장하는 데 그쳤다. 0%대 분기 성장은 익숙해졌지만 직전인 3분기(1.3%)와의 낙차가 심상치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종 부양책으로 성장률을 간신히 올려놓았나 싶더니 그 약발이 한 분기(3개월)를 못 간 셈이다. 이처럼 분기별로 들쭉날쭉한 성장률은 최근 2년간 나타난 한국 경제의 이상징후다.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고 일회성 경기 부양에 의존하면 경기 요동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들쭉날쭉' 분기 성장률…경기 부양 약발 3개월도 못갔다
건설투자 급감에 ‘성장률 절벽’

한은이 26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6% 늘어났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예상했던 0.8%에 크게 못 미친 숫자다.

건설투자가 전분기보다 6.1% 급감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건설투자는 작년 3분기에 5.0% 급증해 4분기엔 기저효과가 컸다”며 “작년 말 주택 거래 증가세가 둔화하며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직전인 3분기 성장률이 1.3%로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당시 성장률 급등은 정부 정책에 힘 입었다는 평가다. 작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8월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시행했다. 한은 역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까지 인하하며 ‘경기 불씨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경기 진작에 ‘반짝 회복’

하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4분기 성장률 하락폭은 전기 대비 0.7%포인트로 2010년 2분기(1.7%)와 3분기(1.0%) 이후 가장 컸다. 이 같은 ‘성장률 절벽’은 2014년부터 짝수 분기(2분기와 4분기)마다 어김없이 반복됐다.

경기 기복의 첫 번째 원인은 세월호 사고 등 대형 악재였다. 2014년 1분기(1.1%) 0%대를 벗어났던 성장률은 4월 세월호 사고 여파로 2분기 0.5%로 추락했다.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7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고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해 돈을 풀었다. 한은은 8월 금리를 인하했다. 덕분에 3분기 성장률은 0.8%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4분기엔 건설투자와 정부소비가 다시 뒷걸음질 치며 0.3%로 추락했다.

작년 흐름도 판박이였다. 1분기 재정 조기집행으로 성장률이 0.8%로 회복했다가 2분기 메르스 악재로 0.3%까지 떨어졌다. 3분기에 집중된 부양책도 연말엔 힘을 쓰지 못했다.

단기 처방으론 경기 기복만 키워

김선태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순환 사이클이 없어지고 정책에 따라 경기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며 “금리 인하, 재정 확대 같은 단기 처방이 계속됐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수요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이 재고를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고령화로 가계 또한 소비를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수출경쟁력 하락 등 한국 경제의 체질 자체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많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풀어도 그때뿐”이라며 “미래 성장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투자가 이뤄지고 심리도 개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그나마 받쳤던 주택경기는 올해 대출규제를 앞두고 다시 싸늘해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 불씨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소비 절벽’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처방만으로는 들쭉날쭉 경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노동개혁과 수출경쟁력 강화 등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