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의 경제·금융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그리스에 원유를 수출한다. 이란이 유럽 국가에 원유를 수출하는 것은 2012년 7월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22일 거래에서 9% 넘게 반등하며 30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등의 영향으로 올해 유가는 30달러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빗장 풀린 이란, 첫 원유 수출…"유럽으로 매일 100만배럴 수송"
◆유럽으로 원유 수출 늘리는 이란

그리스 최대 정유회사인 헬레닉페트롤리엄이 이란석유공사(NIOC)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2일 아테네를 방문한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부 차관과 NIOC 관계자들이 파노스 스쿨레테스 그리스 에너지장관과 협상을 벌인 결과다.

WSJ는 “이란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장기공급 계약”이라며 “경제 제재로 헬레닉이 이란에 지급하지 못했던 과거 원유 수입 대금 5억~6억유로를 갚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제재가 내려지기 전 유럽으로 하루 80만배럴을 수출했던 이란은 제재가 풀리기 무섭게 예전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거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 헬레닉 외에 영국 로열더치셸, 이탈리아 ENI, 프랑스 토탈, 스페인 렙솔 등이 이란과 거래하던 정유사다.

가르시아 마르가요 스페인 외교장관은 최근 “알헤르시라스 지방에 정유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이란과 검토 중”이라고 밝혀 곧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될 것임을 암시했다.

외신은 “유럽으로의 수출길이 막혔던 이란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원유를 수출해왔다”며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이들 지역에 원유 수출을 늘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초점을 유럽 시장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유럽으로의 이란 원유 수출이 다음달 하루평균 1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 “올해 유가 평균 33달러”

20일 배럴당 28.35달러까지 떨어졌던 3월 인도분 WTI 가격은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9.01% 오른 32.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 원유 시장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3월 인도분 가격도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배럴당 29.25달러에서 32.18달러로 10.02% 급등했다.

미국 동부와 유럽 일부 지역에 폭설과 한파가 닥치며 난방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단기 과매도에 따른 쇼트커버링(공매도 후 재매수)이 전날에 이어 지속된 것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회장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말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10~20달러대는 지나치게 낮아 원유 생산국이 버틸 수 없고, 40달러대 이상으로 오르면 주춤해진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이 다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2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WTI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33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예상치보다 약 20% 하향 조정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도 유가의 반등을 가로막을 요인이 되고 있다. 원유 매장량이 1580억배럴로 세계 4위인 이란은 제재 해제 후 곧바로 원유 수출을 하루 50만배럴씩 늘리고, 수개월 내에 50만배럴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NIOC는 18일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배럴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란 석유부 관계자는 “이란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이웃 나라들이 앞으로 6~12개월 동안 자국 원유 생산량을 늘려 이란의 점유율을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증산 이유를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