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생 미국 육류수출협회 사장 인터뷰
"올해 생산 증가·사료비 감소로 미국 쇠고기 가격경쟁력↑"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소비자입니다.

한국은 지금 '미식의 수도(culinary capital·음식문화의 중심지)'로서 동북아 지역 식문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필립 생(Philip Seng)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수준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은 풍부한 미식 경험과 취향, 식재료 선택의 까다로운 기준 뿐 아니라 첨단 디지털 인프라(인터넷·SNS 등)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까지 갖췄다"고 덧붙였다.

생 사장은 한국의 발달된 식문화의 사례로서 수 년 전부터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는 '드라이에이징(건조 숙성·공기 중 육류를 말려 숙성하는 기법)'을 들었다.

그는 "2011년께 우리 협회를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소개됐는데, 이후 일본보다 1년 정도 트랜드(유행)가 앞서가고 있다"고 전했다.

생 사장은 "이처럼 우수한 맛과 품질을 까다롭게 선택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많은 미국산 쇠고기를 찾고 있다"며 "이는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육류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미국 쇠고기 한국 수출량과 수출액은 각각 10만2천919t, 6억7천100만달러 수준이다.

광우병 위험 논란 속에 2008년 6월 미국 쇠고기가 한국에 재상륙한 직후인 200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불과 6년만에 각각 2.7배, 4.4배로 불었다.

미국산 돼지고기도 2005년 이후 한국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 사장은 특히 국내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 등 프리미엄급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식당에서 식사할 때 단순히 '좋은 음식(good meal)'이 아니라 '훌륭한 음식(excellent meal)'을 원하는데, 이런 품질에 대한 기대를 미국산 쇠고기가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거로 그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상위 3개 등급(프라임-초이스-셀렉트)의 비율이 95%(프라임4.5%-초이스 70.2%-셀렉트 21.2%)에 이를만큼 이미 미국 쇠고기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단순히 미국산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약속보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미국산 육류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다만 생 사장은 "지난해 송아지 생산 증가로 올해 미국 쇠고기 생산량이 약 1천127만t으로 2013년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르고, 사료 옥수수 가격이 크게 떨어져 미국 쇠고기 가격 경쟁력이 더 커지고 더 합리적 가격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 수 한국인에게 남아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은 과제로 지목됐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3천여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가구의 비율은 42.2%로 집계됐다.

이는 2년전인 2013년(48.1%)과 비교하면 6%P(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이지만, 여전히 한국 소비자 10명 가운데 4명 정도는 미국 쇠고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생 사장은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게 미국 쇠고기가 생산되는 환경과 과정을 보여주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라며 "지속적 소통을 위해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높은 품질의 육류를 공급해 인식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가 가공육과 붉은색 고기를 발암물질로 분류한데 대해서는 "적색육과 가공육이 암의 직적접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특히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가공육 소비량(4.4㎏)은 이번 보고서의 실험 조건(1인당 연간 18㎏)의 24%에 불과해 전문가들이 오히려 적색육 섭취를 권장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공육과 적색육이 주식인 미국, 독일 등에서 해당 발표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도 전문가들이 상당히 빨리 과학적 분석 등을 내놓고 적극적 사회적 담론이 이뤄져 가공육 소비가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 Meat Export Federation)는 미국산 육류 홍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구로 농무부(USDA)와 미국 내 생산자·비육업자·곡물 생산자·정육 가공업자·육류수출업자·농축산물 관련 업체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미국육류수출협회 한국 사무소는 지난 1991년 설립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아람 기자 shk999@yna.co.kr,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