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구조로 지어졌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오는 8월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빈야드’ 구조로 지어졌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붉은색 포도밭에 들어선 듯했다. 붉은색 계통의 의자가 놓인 객석(2036석)이 37개 구획으로 나뉘어 홀 중심에 놓인 동그란 무대를 포도밭처럼 둘러싸고 있다. 무대 뒤편에는 4958개의 파이프와 68개의 스톱(음색조절장치)으로 구성된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오는 8월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이 19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1988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34석)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개관하는 대규모 클래식 전용 연주홀인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빈야드(vineyard·포도밭)’ 형태 공연장이다.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오케스트라를 둘러싸고 음악을 감상하는 구조다. 객석과 무대가 가깝고 청중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형태로 연주자와의 친밀감이 강화된다.

◆친밀감 높은 국내 첫 ‘빈야드’홀

롯데콘서트홀은 롯데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약 1500억원을 투자해 건립했다. 공연장 민간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말부터 설계 작업을 시작해 애초 지난해 9월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1년가량 개관이 늦춰졌다. 지난해 출범한 롯데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민간기업이 대규모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건립해 운영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롯데콘서트홀은 일본 산토리홀,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 빈야드 구조 콘서트홀을 설계한 일본 음향전문가 도요타 야스히사가 음향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실험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색다르게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전문홀인 만큼 음향에도 공을 들였지만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워 다양한 음악적 공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 가곡 거장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영상전문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와 함께 공연하는 ‘겨울나그네’(11월22일)가 대표적이다. 켄트리지가 제작한 24편의 애니메이션·영화 콜라주 영상을 바탕으로 괴르네가 노래를 부르고 파이프오르간 앞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서 그 모습을 생중계한다.

◆고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8월18일 개관 공연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초연한다. 8월25일에는 지휘자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말러의 ‘천인교향곡’을 1910년 초연 버전 그대로 올린다. 모두 1030명의 연주자와 합창단이 등장할 예정이다.

개관 프로그램으로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8월부터 매달 한 번 열린다. 마르셀 뒤프레, 올리비에 메시앙에 이어 프랑스 오르간 음악의 명맥을 잇는 파이프오르가니스트 장 기유가 9월20일 리사이틀을 펼친다. 젊은 연주자 캐머런 카펜터(10월5일)와 유럽 여성 오르가니스트 바바라 덴너라인의 무대(12월15일) 등도 마련된다.

고음악과 현대음악 대가를 초청해 낭만주의 이외 시대의 음악도 관객에게 적극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 타계한 현대음악 거장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프랑스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이 10월26일 최초로 내한한다. 바로크 음악 연주자와 단체로는 고음악 거장 톤 쿠프만이 이끄는 암스테르담 바로크오케스트라(9월28일), 윌리엄 크리스티와 그가 창단한 원전연주단체 레자르 플로리상(10월15일)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음악계에서는 서울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사실상 독점하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는 공연장의 입지 특성을 살려 오후에 관광객과 쇼핑몰 이용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획공연도 다채롭게 선보일 것”이라며 “서울을 대표하는 클래식홀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