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기지개 켜는 일본공적연금…대체투자 시동
일왕(日王)의 거처인 황거(皇居)가 있는 도쿄 지요다구. ‘일본의 심장’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일본공적연금(GPIF)의 사무실은 웅장한 건물들 사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낡은 빌딩에 있었다. 130조엔(약 13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의 사무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모리 신이치로 GPIF 기획과장(사진)은 “운용하는 액수에 비하면 인력과 시설은 초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4년 초까지 GPIF는 ‘잠자는 공룡’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01년 출범 이후 가장 극적인 한 해를 보냈다. 사상 최고의 수익과 최악의 손실을 동시에 맛봤다. 작년 3월 발표한 2014년 연간 수익은 15조3000억엔(약 145조원), 연간 수익률은 12.3%로 사상 최고의 성과를 냈다. 8개월 뒤인 11월 발표한 2015년 2분기(7~9월) 수익률은 역대 최저치인 -5.59%.

극과 극을 오간 성적은 2014년 말 전격적으로 바꾼 자산 배분 비중 때문이다. 운용자산의 60%를 차지하던 채권 투자를 35%로 줄이고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25%까지 늘렸다. 대체투자도 운용자산의 5% 한도로 시작했다.

GPIF의 변신은 ‘거대 공룡’답지 않게 빨랐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를 신설하고 영국계 사모펀드 콜러캐피털 출신인 미즈노 히로미치를 임명했다. 대체투자 운용역도 5명 뽑았다. 모리 과장은 “더 이상 채권운용만으로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관리할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쿄=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