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됨에 따라 세계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일부 신흥시장국은 올 들어 주가가 10% 이상 급락하고 통화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당초 3.3%로 제시했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9%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가 세계 주요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의 경우 연초부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되자 올 들어 주식시장이 17.90%(15일 종가 기준) 급락했다.

국가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최근 교사 간호사 등의 월급 지급이 연기되고,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한때 신흥국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이 둔화된 탓에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6년 만의 최저치인 1.4%로 추락했다. 이 여파로 남아공 화폐인 랜드화 가치는 올 들어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의 경우 기계류 운송장비 등의 대중(對中) 수출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범유럽 주가지수인 Stoxx600지수가 올 들어 10%가량 하락했다. 일본 역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전자부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중국 경기 둔화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발 경기둔화의 여파로 주요 7개국(G7)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32년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2%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