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 이희준 "인간미 넘치는 악역이 좋아요"[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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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넘치는 악역이 좋아요"영화 `오빠생각`, `로봇, 소리`. 모두 따뜻한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갈고리`와 `신진호`. 이 두 인물을 연기한 이희준을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나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인터뷰 중간에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늘어놓더니 연기 얘기가 나오면 어느새 눈빛이 무섭게 변하는 그런 배우였다.이희준이 출연한 영화 `오빠생각`과 `로봇, 소리`가 곧 개봉한다. 영화 두 편의 개봉을 앞둔 그는 홍보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인터뷰를 많이 해서 같은 얘기가 반복되면 지겨우실까봐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두 영화 모두 즐겁게 촬영했고, 저에게는 소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열정과 현장의 분위기가 잘 전달되길 바랄 뿐이에요."이한 감독의 `오빠생각`은 6.25 전쟁 당시 있었던 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호재 감독의 `로봇소리`는 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을 찾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 풀어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감독이 만든 전혀 다른 내용의 두 영화는 촬영장 분위기도 달랐을 것. 이희준이 느끼는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감독님은 배의 선장이고 배우들은 선원이라고 생각하는데, 감독님마다 현장의 스타일이 달라요. 이호재 감독님은 영화 촬영하기 전에 그리셨던 콘티와 영화가 90% 일치했어요. 그게 되게 놀라웠는데, 처음에 계획했던 그대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반면 이한 감독님은 배우에게 많이 맡기시고,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스타일이에요. 이한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제 생각을 많이 말씀드렸어요. 예를 들면 전쟁으로 한쪽 팔을 잃은 갈고리가 악역으로 나오는데, 저는 갈고리가 단순히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도 그냥 한 인간일 뿐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감독님께 몇 가지를 부탁했어요. 잘 때는 갈고리를 빼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안경을 끼듯 갈고리를 자연스럽게 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그 부분에서 갈고리라는 인물이 인간적인 느낌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그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감독님도 제 의견을 들어주셨고 그날 바로 만들어진 부분이에요."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은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종종 러닝타임의 제약 때문에 편집이 되기도 한다. 이희준 역시 `오빠생각`이나 `로봇, 소리`에서 조연의 역할을 하며 자신이 연기한 부분이 편집이 됐다고 한다. 어떤 배우도 자신의 역할이 작다고 해서 소홀히 연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공들여 연기한 장면이 편집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사실 `오빠생각`에서도 그렇고 `로봇, 소리`에서도 그렇고 영화의 러닝타임상 줄어든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의 분량을 줄일 수는 없으니 당연히 제 부분이 편집됐을 거에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의 의견을 존중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그 배에 탄 선원이고 감독님은 선장이잖아요. 감독님이 스토리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적절한 것들을 편집하신 거 같아요. 그건 감독님의 권한이고 항상 존중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개인으로써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그러면서 그는 "해관이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대단한 범죄자도 아닌데 신진호는 계속해서 해관과 로봇을 놓치잖아요. 제가 신진호였다면 정말 화가 났을 거에요. 그래서 결국 국정원이 로봇을 쟁취하게 됐을 때, 사람들 다 있는 데서 해관의 뺨을 심하게 한 번 때렸어요. 국정원 요원으로써 느낌 모멸감을 그런식으로 표출한거죠. 그런데 그 부분도 편집이 됐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자가 "그 부분은 왜 편집이 된거에요? 있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라고 묻자 그는 "그렇죠? 있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하지만 그건 제 욕심이죠. 저도 궁금하지만 감독님의 어떤 의도가 있었을 거에요. 그 의견을 존중하고 감독님을 사랑합니다. (웃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빠생각`에서 갈고리는 조연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이다. `로봇, 소리`의 `신진호` 역시 갈등을 조장하며 극의 활력을 불러넣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다. 이희준이 국정원 요원 `신진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신진호 역할은 비중도 작고 편집도 많이 됐어요. 그래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당시에 제안 받았던 대본 중에 가장 신선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로봇을 소재로 했다는 부분에서도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 이성민 선배님은 아직 캐스팅 되기 전이었는데, 이성민 선배님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국정원 요원 신진호 역도 어떻게 보면 악역인데 저는 이 부분에서도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 등을 넣자고 제안했고, 그게 받아들여지면서 국정원 요원의 딱딱한 이미지 보다는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재탄생했죠. 이 영화 자체가 로봇 얘기라기 보다는 결국은 `인간애`를 말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에서 극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이희준이 캐릭터를 선택할 때는 확고한 기준이 있다. 주로 악역을 맡았지만, 그는 완전한 악인이나 선인을 연기하는 것은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악역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역할을 선호한다고 했다. "신진호를 연기하면서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주로 할까. 이런 상황이면 뭘 욕심낼까`를 생각하면 당연히 신진호처럼 할 것 같았아요. 인정받고 싶고, 더 올라가고 싶고. 그게 모든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니까요. 그 욕망을 정해진 대사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국은 마음대로 안 되는. 우리 인간은 다 그렇잖아요. 저조차도 늘 부족하니까 잘하려고 욕심내는데 잘 안되고 실수하고 그런 모습이 저는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는 세상의 인간은 다 그렇고요. 많이 실수하고 뜻대로 잘 안되는 게 인생인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를 선택할 때 그 부분을 먼저 봐요. 갈고리도 자기가 생각할때는 이게 맞다고 해서 그렇게 행동하는데 한소위(임시완)라는 역할이 나를 가로막고, 결국 잘 안되는.. 이런 것들이 흥미로워요. 멜로를 한다면 `연애의 목적`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실수하고 부족한 면이 보이니까 공감이 가요. 그런면에서 피한방울도 안 나는 냉혈한이나 끝까지 착하기만한 역할은 제가 다른 배우들만큼 잘할 자신도 없지만 흥미를 덜 느껴요."곧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이희준에게 10년 동안 딸을 찾아 헤매는 해관의 모습을 어떻게 비춰졌을까. "예전에 한 번 딸을 가진 아빠 역할을 제안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그 정서를 다른 배우들만큼 잘 이해해서 표현할 자신이 없었어요. 감독님이 정말 원하셨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고사한 적이 있었죠. 그 나이대가 되면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제가 아이아빠의 감성을 이해하지는 못해요. 제가 공감을 못하면 관객들도 공감을 못할 거라고 확인해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본을 봤을때 제 심장이 뛰는 게 우선이에요. 내가 그 캐릭터에 공감을 해야 관객이 믿을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취재나 인터뷰를 통해 접할 수 있고 그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면 해요. 예를 들어 영화 `해무` 같은 경우에는 제 나이 또래의 선원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요. 그 사람의 고민, 언제 행복한지 등의 고민을 들어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그래서 할 자신이 생기면 하죠. 연기할 때 꼭 취재를 한다는 그는 취재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그에게는 취재가 연기에 반영이 되든 안되든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애환을 듣는 시간이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취재를 하면 좋은 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거든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죠. 갈고리 역을 할 때도 친한 형의 할아버지가 실제 전쟁에서 다리 한쪽을 잃으셔서 아직도 의족을 하고 계시는데, 그분을 취재했어요. 그분이 잘때는 의족을 빼 두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착용하신대요. 양말처럼 생각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그 부분을 제안했거든요. 그 장면 하나로 그냥 나쁜 짓 하면서 사는 인물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여진다고 생각하고 그런 순간이 되게 소중해요. 인물이 잠에서 깨는 순간, 되게 일상적이잖아요. 일상적인데 되게 묘한 향기를 줄 수 있는 장면이었고, 감독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장면이에요."이희준이 출연한 영화 `오빠생각`, `로봇, 소리`는 각각 21,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
MAXIM 장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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