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자동차 신뢰 회복 늦어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업계 로비에 EU의 규제 강도가 한층 약화되고 있다”며 “법무부까지 나서 거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미국과 대조적”이라고 18일 보도했다.
EU 의회는 지난 14일 새 규제안에 대한 투표를 다음달 초로 연기했다. EU 환경위원회가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자 친(親)기업 성향 의원들이 투표 연기를 신청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새 규제안에 대한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해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 규제안의 핵심은 2017년 9월부터 ‘실제 도로주행 조건에서의 배출가스 검사’를 도입하는 것이다. 작년 9월 발각된 독일 폭스바겐처럼 실내 주행 검사 시에만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FT는 “스페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자동차 생산국의 반발 속에 가까스로 도입이 결정됐지만 이마저도 처음 계획보다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규제안은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2020년까지 기준치(80㎎/㎏)를 110%까지 넘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 후에는 50%까지만 넘을 수 있다. 측정 오차를 감안하기 위해서지만 당초 20% 초과 한도보다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지적이다.
FT는 “이미 2006년부터 시민단체와 유럽위원회(EC) 산하 조사팀 등을 통해 유럽산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돼왔다”며 “하지만 자동차 업계 로비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EU는 이를 무시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유럽에선 1210만명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유럽 제조업 전체 고용의 7%를 차지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