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에서 9만8100원까지…'천차만별' 항공권 가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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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김포~제주 노선 편도 7000원 특가 이벤트
비수기 빈 좌석 채우고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어
같은 등급의 좌석이라도 예매 시기·조건별로 가격 차등
비수기 빈 좌석 채우고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어
같은 등급의 좌석이라도 예매 시기·조건별로 가격 차등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지난 13일부터 항공권 특가 이벤트를 시작하자 예매 사이트에 접속이 폭주해 시스템이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항공은 누적 탑승객 3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부치는 짐 없이 오는 6~11월 탑승할 승객에게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7000원에 내놓았다. 이 항공사의 주말 황금시간대 가격(탄력할증요금·9만8100원)보다 93% 낮은 금액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권(11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더욱 싸다.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한 항공기에 있는 좌석 가격은 모두 다르다’는 말이 나올 만큼 항공권 가격은 판매 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가 항공권의 비밀
싼 항공권을 내놓은 LCC는 제주항공만이 아니다. 에어부산도 오는 18일부터 사흘 동안 김포~제주와 부산~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1만49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11일부터 김포·청주·군산·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을 최저 1만4900원에 팔고 있다. 평소 가격보다 90%가량 할인한 가격이다. 특가 항공권 판매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벤트다.
놀랍게도 LCC들은 이 같은 파격적인 할인에도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주항공이 이번에 선보인 할인 이벤트로 풀리는 항공권은 총 6만6000여장이다. 이 항공사가 1년에 판매하는 항공권이 815만장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에도 못 미친다.
항공권을 미리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항공사에는 이득이다. 무엇보다 인기 노선인 제주행이라고 하더라도 비성수기에는 평일에 빈 좌석이 적지 않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성수기인 7, 8월을 제외하면 제주행도 승객이 다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 효과까지 고려하면 특가 항공권 판매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벤트로 제주행 항공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최저가인 7000원이 아니더라도 예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항공료 기본 운임만 싸게 제시해놓고,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대금을 별도로 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제주항공의 7000원 항공권 등은 유류할증료 같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즉 ‘꼼수’를 쓰지 않고도 특가 이벤트를 벌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천차만별’ 항공권 가격
같은 등급이라도 항공권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것은 항공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는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세 가지 좌석밖에 없지만 항공사 내부적으로는 판매 시기 등에 따라 20~30종류로 항공권을 분류한다. 판매 시기 외에 왕복, 편도, 환승, 마일리지 탑승, 제휴 카드, 좌석 위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150석이 있는 비행기 좌석의 가격은 150가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 내가 부담한 비행기 표 값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항공권 구입 시기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당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판매 시기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각종 제휴나 이벤트 등도 마케팅 효과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선택한다.
항공사들은 통상 장거리 항공권은 출발 4개월 전, 단거리는 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구입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이때부터 가격을 내린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 항공권을 내놓는다. 한 항공기 이코노미석의 10~20%가 얼리 버드로 판매된다. 통상 처음에 가장 높은 할인율의 항공권을 내놓고, 매진되면 이보다 조금 더 낮은 할인율을 차례대로 적용한다. 이런 식으로 가격이 올라가 출발 1주일 전에는 가장 비싼 가격의 항공권이 나온다. 단 할인율이 높을수록 환불이나 일정 변경, 마일리지 적립 등에 제약이 따른다. 싼 만큼 불이익을 보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자리 위치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할인권 비교구매 사이트에 가면 같은 날 출발하는 비행기라도 항공권 값이 제각각이다. 출발 직전까지 항공권이 안 팔려 가격을 대폭 내린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또 대형 여행사들이 항공사에서 대량 구매해 내놓는 항공권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권(11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더욱 싸다.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일까. ‘한 항공기에 있는 좌석 가격은 모두 다르다’는 말이 나올 만큼 항공권 가격은 판매 시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가 항공권의 비밀
싼 항공권을 내놓은 LCC는 제주항공만이 아니다. 에어부산도 오는 18일부터 사흘 동안 김포~제주와 부산~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1만49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11일부터 김포·청주·군산·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편을 최저 1만4900원에 팔고 있다. 평소 가격보다 90%가량 할인한 가격이다. 특가 항공권 판매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벤트다.
놀랍게도 LCC들은 이 같은 파격적인 할인에도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주항공이 이번에 선보인 할인 이벤트로 풀리는 항공권은 총 6만6000여장이다. 이 항공사가 1년에 판매하는 항공권이 815만장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에도 못 미친다.
항공권을 미리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항공사에는 이득이다. 무엇보다 인기 노선인 제주행이라고 하더라도 비성수기에는 평일에 빈 좌석이 적지 않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성수기인 7, 8월을 제외하면 제주행도 승객이 다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홍보 효과까지 고려하면 특가 항공권 판매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벤트로 제주행 항공권에 관심이 쏠리면서 최저가인 7000원이 아니더라도 예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항공료 기본 운임만 싸게 제시해놓고,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대금을 별도로 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제주항공의 7000원 항공권 등은 유류할증료 같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즉 ‘꼼수’를 쓰지 않고도 특가 이벤트를 벌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천차만별’ 항공권 가격
같은 등급이라도 항공권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것은 항공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는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세 가지 좌석밖에 없지만 항공사 내부적으로는 판매 시기 등에 따라 20~30종류로 항공권을 분류한다. 판매 시기 외에 왕복, 편도, 환승, 마일리지 탑승, 제휴 카드, 좌석 위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150석이 있는 비행기 좌석의 가격은 150가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 내가 부담한 비행기 표 값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항공권 구입 시기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당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판매 시기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각종 제휴나 이벤트 등도 마케팅 효과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선택한다.
항공사들은 통상 장거리 항공권은 출발 4개월 전, 단거리는 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구입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이때부터 가격을 내린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 항공권을 내놓는다. 한 항공기 이코노미석의 10~20%가 얼리 버드로 판매된다. 통상 처음에 가장 높은 할인율의 항공권을 내놓고, 매진되면 이보다 조금 더 낮은 할인율을 차례대로 적용한다. 이런 식으로 가격이 올라가 출발 1주일 전에는 가장 비싼 가격의 항공권이 나온다. 단 할인율이 높을수록 환불이나 일정 변경, 마일리지 적립 등에 제약이 따른다. 싼 만큼 불이익을 보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자리 위치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할인권 비교구매 사이트에 가면 같은 날 출발하는 비행기라도 항공권 값이 제각각이다. 출발 직전까지 항공권이 안 팔려 가격을 대폭 내린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또 대형 여행사들이 항공사에서 대량 구매해 내놓는 항공권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