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가 현미경을 이용해 눈물길이 좁아진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성주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가 현미경을 이용해 눈물길이 좁아진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져 찬 공기가 각막을 자극한다. 자극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눈물이 나온다. 실내 난방도 눈물의 원인이 된다. 건조한 공기도 각막에 문제를 일으킨다. 수분을 빼앗긴 눈은 눈물을 흘려보내 수분을 보충한다. 다른 계절보다 눈이 자극을 많이 받는 겨울에는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흘러나와 불편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눈물흘림증 환자들이다.

눈물은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나쁜 균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각막과 결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눈이 자극을 받으면 눈물이 흐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찬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흐르거나 작은 자극에 지나치게 많은 눈물이 흐르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주르륵'…막힌 눈물길 뚫어줘야
눈물흘림증은 질환이 아닌 증상이다.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눈물길이 막히면 눈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눈에 눈물이 고인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구건조증 결막염 눈꺼풀염 각막염 등으로 인해 눈물흘림증이 생기기도 한다. 눈물흘림증은 대부분 눈물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 방치하면 눈물샘에 염증이 생기거나 눈 주변 피부가 짓무르고 각막 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안구건조증 등 눈물흘림증 환자는 한 해 250만명 정도다. 전체 환자의 4분의 1 정도가 1~3월 병원을 찾는다. 연령별 눈물흘림증의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신생아 6.25%, 눈물길 막힌 상태로 출생

신생아에게 눈물흘림증은 흔하게 나타난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 아이의 눈에 눈물이 자주 고여 있거나 눈곱이 끼면 눈물길이 막힌 것은 아닌지 검사하는 것이 좋다. 국내 신생아의 6.25%는 눈물길이 막힌 상태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물길이 막힌 신생아는 대부분 눈물길 끝부분에 얇은 막이 있다. 80~90%는 생후 1년 내에 저절로 뚫린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눈물길 안에 염증이 생겨 눈곱이 많이 끼고 눈꺼풀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눈물흘림증이 있는 신생아는 항생제 안약을 넣는 치료를 많이 한다. 눈물주머니를 마사지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눈을 비비지 않도록 하고 눈물이나 눈곱은 생리식염수나 1회용 인공눈물 등을 이용해 부드러운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이 좋다. 눈을 닦아줄 때 보호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눈이나 피부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눈물주머니 마사지를 꾸준히 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되면 돌이 되기 전에 눈물길을 뚫어주는 시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이후에도 눈물이 계속 나면 실리콘관을 넣는 등의 수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신생아는 자주 울기 때문에 눈물흘림증이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하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심사위원은 “한쪽에만 눈물흘림증이 있어 주변 피부가 짓무르지 않았는지 등을 보호자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눈물흘림증 주요인 중 하나는 안구건조증

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주르륵'…막힌 눈물길 뚫어줘야
성인 눈물흘림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안구건조증이다. 많은 사람이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안구에 있어야 할 기름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도 안구건조증이 나타난다. 이땐 눈이 건조해져 오히려 눈물을 더 많이 흘린다. 눈물이 흘러나오지만 수분막이 생기지 않아 눈이 계속 건조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안구건조증은 마이봄샘 기능 장애 때문에 많이 생긴다. 마이봄샘은 눈꺼풀 안쪽의 피지선이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안구에 기름막을 만들어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게 한다. 마이봄샘 기능에 문제가 생겨 기름이 분비되지 않으면 눈물의 양과 구성성분이 변한다. 마이봄샘에 염증이 있거나 아이라인 등의 반영구 화장 때문에 마이봄샘이 망가지면 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안구건조증이 있다면 마이봄샘 이상이 원인인지 검사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눈물층에서 기름층 두께를 측정하는 안표면간섭계 검사 등을 통해 마이봄샘 형태와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마이봄샘 이상으로 진단되면 온찜질, 마사지, 항생제 등을 이용해 치료한다. 김성주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안구건조증 때문에 눈물흘림증이 생긴 환자는 평소 눈을 많이 쓰지 않고 실내습도를 유지해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찬바람만 불면 눈물이 '주르륵'…막힌 눈물길 뚫어줘야
50~60대 눈물길 좁아지는 환자 많아

나이가 들면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혀 눈물흘림증이 생기는 환자가 늘어난다. 눈물길이 막혀 눈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눈물이 항상 눈에 고인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처럼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 눈물을 많이 흘린다면 눈물이 많이 만들어지는 ‘반사성 눈물흘림’인지, 눈물길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안구건조증 때문에 반사성 눈물이 많이 나온다면 외출할 때 보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쓰면 도움이 된다”며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눈물길에 문제가 있다면 약물 등을 이용해 치료해야 한다. 약물치료도 효과가 없으면 실리콘관을 넣거나 내시경을 활용해 눈물주머니와 코를 연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눈물흘림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항상 수건을 들고 다니며 눈물을 닦아야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환자라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성주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 김하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