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의 캠프 수장을 맡았던 김종인 건국대 경제학과 석좌교수(77·사진)가 14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인물이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김 위원장을 영입함으로써 분당 위기와 ‘안철수 신당’ 바람을 잠재우고, 총선 국면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실패를 파고드는 등 삼중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이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거듭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 교수의 지혜와 경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기자간담회 직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교수의 선대위원장 영입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당선 후 경제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 쪽으로 끌고가자 박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던 2011년에는 ‘안철수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72년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강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1980년 전두환 정부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분과위원을 맡았다.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구기동 자택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이런 모습으로 가면 정치 및 민주주의 발전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다 야당에 합류하는 데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언제 하든지 안 될 수가 없다는 확신이 있다”며 “하고 싶다고 금방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안 의원으로부터 영입 제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최근 안 의원과) 만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김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선대위원장 발탁에 당 안팎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민주는 2014년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영선 의원이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가 반대해 무산시켰던 전례가 있다.

문 대표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가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 교수를 모시는 게 우리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전북 순창 출신)의 친손자여서 당내 반감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표는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고 그 실현을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광주 등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추가로 임명하기로 했으며,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의 야권 대통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훈/김기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