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에 1983년 처음 진출했다. 하지만 30년간 조용했다. 반도체 관련 마케팅과 연구에만 주력하며 수백여명의 인력을 유지했다. 2012년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세 개의 대규모 빌딩 건설 작업에 나섰다. 인력 채용도 대대적으로 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4000여명에 육박한다. 현지 유명 정보기술(IT) 업체인 우버와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에어비앤비의 실리콘밸리 본사 직원 합계보다 많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삼성전자가 5년 안에 실리콘밸리의 10대 혹은 5대 기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새너제이 북부에 완공한 부품(DS)부문 미주총괄 빌딩에는 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빌딩은 10층 규모지만 면적은 10만2000㎡로 삼성 서초사옥의 삼성생명 빌딩과 비슷하다. 건축비가 3억달러를 넘으며 반도체와 비슷하게 생겼다. 애플이 건축 중인 우주선 모양의 본사와 비교해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곳엔 △애플 파운드리 등을 지원하는 반도체판매법인(SSI) △현지 벤처 및 신기술에 투자하는 SSCI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 미주법인이 모두 입주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부품사업 전체를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다.

2014년 말 지은 인근 마운틴뷰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 건물에는 지난 5년간 현지에 세운 연구조직이 모두 입주했다. 이곳에선 삼성전자 세트(IM, CE)부문 제품·서비스뿐만 아니라 미래 디스플레이와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프로세서, 모바일 플랫폼, 디지털미디어솔루션, 첨단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6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으로 3만5000㎡ 규모다. 1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완제품 부문의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는 스탠퍼드대 인근 팰로앨토에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SSIC, GIC 위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총 1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될 성싶은 벤처를 키우는 삼성엑셀러레이터도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설립했다.

대담한 투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른 삼성페이는 작년 초 루프페이를 인수해 핵심 기술을 채택한 앱(응용프로그램)이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뮤직은 엠스팟에서, IT 보안 솔루션인 녹스는 MSCA에서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사들여 IoT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세너제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