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뜨개질 - 송찬호(1959~)
아가야, 우선 식탁을 짜고
둥글고 하얀 접시를 짜고
멀리서 떠도는 너희 아버지의
모자와 모자 위의 구름을 짜고
그리고 아버지의 닳고 닳은 구두를 짜고

아가야, 네게는 무엇을 짜줄까
그래, 네가 갖고 싶은 것
그 무언가를 담을 수 있도록
커다랗게 너의 몸을 짜주마


시집 《붉은 눈, 동백》(문학과지성사) 中

마음이 가난한 겨울에 가장 따듯한 목소리는 어머니의 목소리 같아요. 시인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에게 사랑의 세계를 들려주는 것 같네요. 식탁과 접시, 아버지의 모자와 구름, 닳고 닳은 구두를 짜고, 아가 너에게는 커다란 몸을 짜주겠다고 하면서 차가운 이 겨울의 아침에 온기와 품을 나누어 주는 것 같네요. 아주 먼 옛날 우린 모두 아가였을 텐데, 시간이 오늘 이토록 커다란 몸을 짜놓았으니 신비한 우주군요. 어른이 된 우린 갖고 싶은 어떤 좋은 것을 커다란 몸에 담고 살고 싶었을까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