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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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發) 공포에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가파른 위안화 약세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로 중국 증시가 사흘 만에 다시 폭락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7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32% 급락한 3115.89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상하이지수는 개장한 지 29분 만에 폐장,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장을 연 지 13분 만에 5% 이상급락하면서 첫 번째 서킷브레이커(주식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됐다. 15분간 주식거래 중단 이후 재개됐지만 다시 7% 이상 빠지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중국은 올해 1일부터 증시의 변동성을 대비하기 위해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했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5% 이상 등락하면 거래가 15분간 멈춘다. 7% 이상 움직이면 마감 때까지 거래가 중단된다.

잇단 증시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는 위안화 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외국인의 핫머니(단기자금) 유출, 8일 해제되는 대주주 지분매각, 서킷브레이크 첫 시행의 부작용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 증시도 중국발 암초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KDB 대우증권 글로벌투자전략부는 "위안화의 약세가 계속되면 그간 경기 회복을 시도해온 선진국들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특히 지난 3년간 통화가치 절하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일본의 주식시장은 위안화 절하 여파로 상대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423.98포인트(2.33%) 급락한 1만7767.34 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1.73% 내린 7852.06으로 급락한 채 거래를 끝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 대비 2.88% 폭락해 2만376.81 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가까스로 1900선을 지켜냈다. 코스닥은 1.11% 하락한 679.66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10포인트(1.10%) 내린 1904.33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901.24 포인트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코스피가 1910선 밑으로 빠진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가파른 위안화 약세로 인한 중국 증시의 폭락 여파로 각국의 외환시장도 휘청거렸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3% 내린 118.63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엔화의 가치는 0.80엔 이상 뛰어올라 117엔대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작년 8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원화 가치는 위안화와 연동해 움직였다.

원·달러 환율은 0.23% 오른 1200.60원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1200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9월8일(종가 기준)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약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중국담당 애널리스트는 "상하이지수의 경우 심리적 저항선(3000포인트)을 내려가지 않는 수준에서 거래될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은 중앙은행의 정책의지가 중요한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지 여부가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어 "위안화가 강세로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추가적인 약세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책당국 입장에서 위안화의 추가 약세는 수출 회복 효과보다 자금유출 가속화와 금융시장 불안감 확대라는 실(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마켓 애널리스트도 "역외 위안화(CNH)와 위안화 현물(CNY) 간 스프레드(금리차)가 전날 고점을 형성한 이후 이날 줄어든 모습"이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 38곳 중 상위 75%가 내놓은 2016년 위안·달러 전망치의 평균(6.65위안)에도 근접해 있어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